"미국은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북성명을 북한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대다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일단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100% 믿지는 않겠지만 위기보다는 대화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불안을 어느 정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외교관 출신 탈북자들은 부시 대통령 발언의 상징적 의미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북한이 과연 그의 발언을 믿으려고 하겠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면서 이라크 공격을 위한 시간벌기용으로 여길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의 불가침조약체결 주장에 대한 국제사회의 일부 긍정적 여론을 미국에 유리하게 돌려 세우려는 의도거나, 향후 북한이 미국의 핵 포기 요구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대북침공의 명분을 위한 노림수로 북한이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북한으로서는 김정일체제를 붕괴시키려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부시 대통령의 그 어떤 발언도 믿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정일 등 북한 지도부와 북한 주민을 분리해온 부시 대통령이 이번 성명에서도 "미국은 북한 주민들과 우호를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한 대목은 북한 지도부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인식이 바뀌지 않았음을 드러내 북한당국의 우려를 크게 덜어주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으로서도 대미(對美) 대화와 관계개선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 만큼 체면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핵 포기를 시사하는 등 나름대로 전략을 통해 핵위기를 헤쳐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이들은 진단했다.

한편 일부 탈북자들은 북한이 겉으로만 미국의 침공을 우려하고 있을 뿐이라며 북한은 한반도가 러시아와 중국에 인접해 있고 전쟁이 일어날 경우 한국과 일본이 볼모로 되는 지형학적인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고위층에 속했던 한 탈북자는 "북한은 미국이 북을 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면서 "과거 미국의 대북침공 주장은 주민동원용이었다면 최근에는 대미협상의도가 추가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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