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6일 대북성명에서 "미국은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재확인함으로써 북한이 미국의 대북침공 가능성에 대해 가져온 우려감이 얼마나 해소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은 미국의 선(先)핵포기 요구에 대해 외무성 대변인 담화(10.25)로 "미국이 불가침 조약을 통해 우리에 대한 핵불사용을 포함한 불가침을 법적으로 확약한다면 미국의 안보상 우려를 해소할 용의가 있다"며 "작은 나라인 우리에게 모든 문제 해결방식의 기준점은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의 위협 제거"라고 밝혔다.

최근 북한을 방문해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등과 만났던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대사는 "북한은 미국의 공격을 진심으로 두려워하고 있었다"며 "북한은 미국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약속을 해주길 바라고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은 지난 2월 부시 대통령이 방한해 정상회담을 가진 뒤 도라산역을 방문해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했던 언급을 매우 중요하게 평가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부시 대통령의 성명은 제2의 도라산 발언으로 북한이 가지고 있던 안보 위기감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그동안 미국에 대해 불가침조약 체결을 요구해 왔지만 개별국가와 불가침조약을 체결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직접 대북성명을 통해 '불침공 의사'를 밝힌 것은 불가침조약에 상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핵의혹이 불거진 이후 북한이 각종 채널을 통해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대북 침공의사가 없다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의 진전된 입장으로 끌어낼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부시 대통령도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은 모든 책임있는 국가들에 도전"이라면서도 "우리는 모두 이 상황의 평화적 해결을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과감한 접근(bold approach)'을 언급하면서 "미국은 북한 주민의 생활을 상당히 향상시키는 중요한 조치들을 위한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이에 상응하는 대가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문제는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할 것이냐는 대목이다. 북한이 그동안 불가침 확약이 있어야 핵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던 만큼 국가적 체면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핵포기를 시사해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할 가능성이 있다.

사실 북한은 그동안 '자주권과 생존권'이 보장되면 미국의 안보상 우려를 해소하겠다고 밝혀왔다는 점에서 핵포기가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은 이번 부시 대통령의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국가 권위에 손상 없이 미국에게 핵포기를 시사할 것인지에 대해 상당기간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군다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11월분 중유공급을 예정대로 하기로 해 12월까지 시간을 벌어놓고 있는 만큼 북한은 시간을 활용해 국제사회의 우려를 이해하고 해법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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