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두 달치 월급 해당…주로 기업간 거래에 사용

북한은 지난 10월 중순 종전의 최고 액면가 1000원의 다섯 배인 5000원권 지폐를 새로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관계로 월초 중국을 방문한 북한 관리들은 지난 달 북한에서 5000원 권 지폐가 새로 발행됐다면서 새 지폐의 크기와 모양은 1000원권과 비슷하다고 전했다. 5000원이면 북한 일반 근로자들의 월급(2000~3000원) 두 배에 해당하는 큰 돈이다.

북한 관리들과 가까운 한 재중동포는 『북한 관리들조차 5000원권의 실용성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면서 『500원권에 이어 1000원권이 나온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최근 다시 5000원권이 발행된 데 모두들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 7월1일 「경제관리 개선조치」 직전 물가와 임금의 대폭적인 인상을 예상해 1000원권 화폐를 발행, 유통시켰다. 그러나 경제관리 개선조치 이후 북한 원화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공식 환율은 1달러에 150원 정도지만 암시장에서는 350원까지 치솟아 기업간 거래등에 혼란이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북한에서 기업간 자금거래는 주로 「행표」(行票)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정해진 기일 안에 기입된 금액을 지불한다는 것을 은행이 보증하는 것으로 우리의 약속어음과 비슷하며 기업 회계관계자들 사이에서만 통용되고 있다.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의 기업들이 독립채산제를 강화하면서 현금거래가 복잡해지고 있어 기존의 행표 제도로는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원활한 통화흐름을 위해서는 우리의 수표와 같은 기능을 하는 고액권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5000원권 지폐 발행의 배경을 설명했다.

5000원 권은 아직 평양과 일부 큰 기업에서만 제한적으로 유통되고 있을 뿐 여타 지역과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는 구경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姜哲煥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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