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규(李白圭) 경북대 고고인류학과교수(56)가 최근 한국고고학회 신임 회장에 선출됐다. 임기는 내년 1년. 이 신임회장은 서울대 고고인류학과(1965년 입학) 출신으로, 청동기시대 전문가이다.
그는 연간 발굴이 300여건 이상에 이르지만, 주목할만한 논문을 찾기 어려운 고고학계에 대한 자성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국 고고학은 이제 ‘발굴하는 사람’보다는 발굴 결과를 평가하는 논문을 쓸 수 있는 사람을 기르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고고학은 ‘발굴 상업주의’에 빠졌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는 “한국고고학회는 학술단체이지만 시민단체의 성격도 띠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북한 개성공단 개발과 덕수궁 미 대사관 신축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한국 고고학계가 개성공단 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선사시대 이후의 우리 역사가 녹아있는 개성의 문화유적을 지키며 개발하자는 것입니다. 최소한, 학술조사는 이뤄져야 합니다.

북한 당국에서는 개성공단에 대한 조사가 다 끝났다고 이야기한다는 데 믿을 수 없습니다. 최근 북한을 방문한 일본 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북한의 발굴은 그냥 삽으로 퍼내는 수준입니다.”

그는 “덕수궁 미 대사관 신축 문제에 대한 미국측 입장도 나름의 일리가 있다고 본다”며 “정부가 덕수궁 보존에 적극적이지 않고, 고고학계도 발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식의 소극적인 대응만 해서는 문제가 풀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愼亨浚기자 hjsh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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