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남한이 흡수 방식으로 남북한을 통일하는 등 한반도의 현상 유지(Status Quo) 상황이 뒤바뀔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으며 한반도에 민주적인 통일정부가 들어서는 것도 경계하고 있다고 대만의 한 전문가가 강조했다.

일본 주재 대만 대표부격인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의 라이 이중(賴怡忠) 주임은 2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서울-타이베이 포럼에 발표한 '한반도 안보환경과 대만에의 시사점' 제하 논문에서 중국은 한반도 통일시 ▲문턱에 민주적인 통일정부가 세워지고 ▲한반도내 미군 주둔 ▲일본 재무장 등 동시에 3가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라이 주임은 국경과 접한 통일한국에 민주정부가 수립되면 일당통치를 지속하고 있는 공산당 지도부의 정통성에 도전이 되며 한국인들의 민족주의를 자극, 중국 등 강대국의 영향력도 감소될 것을 중국은 우려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은 이에 따라 통일한국에 미군 주둔을 허용해 한국과 일본의 군비 증강이나 모험을 억제하느냐 아니면 한반도가 핵무기 등으로 중무장 및 미군 철수에 따른 일본의 재무장 등 두 가지 선택을 놓고 딜레마에 빠질 수 있으며 두 시나리오 모두 안보적으로 커다란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런 점을 이유로 남북통일을 원치 않으며 한반도의 분단 상황이 가능한한 오래 지속되기를 희망할 것이라고 라이 주임은 내다봤다.

대만의 한 국제관계 전문가도 '내 침대 옆에 어찌 다른 사람이 코 골며 자도록 내버려둘까(臥榻之側 豈容他人<鼻+干>睡)'라는 중국속담을 인용, "동북 3성과 마주보고 있는 통일한국의 미국 주둔을 원치 않으며 완충국 역할을 해 온 북한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을 우려하는 만큼 중국이 한국의 통일을 원치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분석했다.

라이 주임은 또 9.11 테러 후 미국이 대 테러전쟁 노력의 일환으로 중앙아시아 등과의 관계 증진에 나서자 중국은 "미국이 사방에서 죄여오는" 형국에 불안해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북한에 대한 영향력 증대를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북한은 최근 비공개적으로 중국의 북한 다루기에 불만을 표시하는 등 베이징 당국에 대한 불신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중국은 북한이 모험주의적인 군사정책 추진이나 대외관계 등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벗어나려 시도하고 있음을 간파하고 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신의주행정장관에 임명한 양빈(楊斌) 을 연행, 조사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라이 주임은 분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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