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포기시키기 위해 한·미·일 3국이 11월 초로 예정됐던 4만t의 대북 중유(重油) 선적을 일단 보류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중유 선적의 보류가 한·미·일이 취할 수 있는 대응조치의 첫 번째 단계라고 말한다. 바꿔 말하면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 개발 계획을 계속 고집한다면 앞으로 제2, 제3의 단계적 조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들 조치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8~9일쯤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리는 한·미·일 대북정책협의회(TCOG)와 10일쯤 서울에서 열리는 3국 외무장관 회담을 거치면서 그 내용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미·일은 지난달 26일 멕시코 정상회담 직후부터 외교 채널로 ‘평화적 방법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 원칙의 기초 아래 ‘시한별 대북 압박책’을 긴밀히 협의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적 방법이라는 말은 비(非)군사적 해결을 의미하기 때문에, 북한의 핵 계획을 포기시키기 위한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제재를 포함한다.

그 첫 움직임이 11월분 중유의 공급 중단 여부이고, 만약 중단이 결정된다면 앞으로는 경수로 관련 모든 일정의 불참을 통한 공사 지연 또는 중단 등으로 강도를 더해 갈 전망이다. 현재 경수로 공사 진척률은 25% 정도이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핵계획을 포기하지 않고는 도저히 버틸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면서 “이런 원칙에는 미·일과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정부는 특히 북한에 대해 강경한 미국의 입장을 감안, 강도 높은 제재조치가 실행되기 전에 북한이 핵 계획을 스스로 포기하도록 오는 6일로 예정된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와 군사당국자회담 등 각종 남북대화 채널을 통해 북한을 설득한다는 방침도 세워놓고 있다.

미국은 현재 북한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이 되는 금수(禁輸·수출입통제) 조치까지 제재의 검토 대상에 올려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 權景福기자 kkb@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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