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일본은 29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2년만에 국교정상화 교섭을 재개했으나, 핵심의제를 둘러싼 양측의 견해차이가 커 의견접근에 진통을 겪었다.

이날 협상은 콸라룸푸르 일본대사관에서 오전 11시에 시작돼 일단 오후 1시15분에 1차 회담을 끝냈다. 2차회담은 오후 4시30분께 속개됐다.

이날 양측은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된 모두 발언에서 서로를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내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스즈키 가쓰나리(鈴木勝也) 일본 협상대표는 "일본은 납치 문제와 핵개발을 비롯한 안전보장 문제를 교섭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며 북한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에 질세라 북한 대표인 정태화(鄭泰和) 대사는 "(양국간에는) 역시 거리가 있다"며 "여러가지 견해상의 차이가 있다"고 초장부터 `차이'를 부각시켰다.

일본 관리들은 오후들어 1차 회담의 경과를 일부 공개했다. 북한은 새로운 핵개발 계획을 포기하라는 일본측의 요구를 거부하고,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비난했다.

또 북한은 일본인 납치생존자 5명을 북한으로 귀환시키지 않는 일본의 태도를 `약속 위반'으로 몰아세웠다.

북한측 대표단의 박용연 외무성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오전 회의가 끝난 뒤 납치사건 문제에 대해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됐으며, 나머지 실무적인 문제는 실무선에서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고 납치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설명했다.

그의 이같은 언급은 `선(先) 국교정상화 원칙합의-후(後) 납치문제 해결'이라는 북한의 입장을 강조한 대목으로 해석됐다.

북한이 첫날 보인 강경한 태도가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인지 여부는 이틀째 회의를 지켜봐야 알 것같다고 일본 언론들은 지적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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