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로 국제 사회가 크게 출렁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요즘 북한 내부의 분위기는 의외라고 할 만큼 조용하다. 과거 남한에서 팀스피리트훈련이 실시되거나 북핵문제 등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됐을 때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북·중 국경 지역에 살고 있는 재중동포 이선우(가명)씨는 “국제 정세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 국경 지역”이라면서 “과거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면 북한의 국경 일대는 전시 상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요란했었다”고 말했다.

종전 같으면 국경 일대의 군부대와 각급 기관에 비상이 걸리고, 상급 부대·기관으로부터 검열이 내려오는 등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게 마련인데 최근에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나 낌새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조금 다른 게 있다면 평소보다 검문검색이 강화되고 있는 정도라고 이씨는 전했다. 그저께 공무(公務)로 중국에 나온 북한 관리와 기술자들도 한결같이 “핵문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지난달 특별행정구로 선포된 신의주도 조용하다. 양빈(楊斌) 장관 체포 이후 한동안 주민 소개(疏開) 준비와 관공서 이전작업 등 신의주 특구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됐으나 최근 평양의 지시로 특구사업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이에 따라 현지 관리들도 모두 손을 놓고 있다고 한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신의주와 마주보고 있는 중국 단둥(丹東)의 한 재중동포는 요즘 신의주 관리와 주민들이 “신의주가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되묻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북한 관리와 기술자들은 “내년 초부터 신의주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면서 “어차피 내년 국가 계획에 (신의주 개발 계획이) 물려 있는 상태여서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중순 북한을 다녀온 국내 민간 단체의 한 관계자는 “북쪽 관계자들 대부분이 신의주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면서 오히려 개성공단에 대해 적극 설명하며 기대를 갖는 눈치였다”고 소개했다.

남한과의 경협에 거는 북한 사람들의 기대는 남북협력사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 방북자는 귀띔했다. 그는 “이번에 북한 지역 여러 곳을 둘러봤다”면서 “북측 안내원이 가보고 싶다고 한 곳을 모두 안내했다”고 말했다. 종전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그는 덧붙였다.

북한 주민들의 생활도 조금씩 나아져 가고 있는 것 같았다고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인사들이 전했다. 대북지원사업 관계로 북한을 다녀온 한 민간 단체 관계자는 “그동안 평양 주민들의 생활이 한결 좋아진 반면 지방은 여전히 어려워 보였으나 최근에는 지방도 조금씩 좋아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다른 한 방북자는 “함경도나 자강도 등 북쪽 지역보다는 평안남도와 황해도 등 남쪽으로 갈수록 식량 사정이 나은 듯 주민들 표정이 더 밝아 보였다”고 말했다.
/金光仁기자 kki@chosun.com
/姜哲煥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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