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시가지의 모습.

현대아산㈜이 작년 10월 북한에 전달한 개성공단 특별법의 최종 시안(試案)은 공단의 전력·가스·통신 등이 남측에서 공급된다고 명시해 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조선일보가 최근 입수한 「금강산 및 개성지역에 적용할 특별법규 검토안:국제자유경제지대 기본법 및 규정」이란 제하의 기본법 시안 제23조에는 『공화국(북한)은 남측에서 공급되는 전기·가스·통신 등의 기반시설을 보호하고 공급자의 소유권을 보장한다』고 규정돼 있어 이들 시설을 한국이 공급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 같은 조항은 정부 승인 없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정부가 사전에 현대아산을 통해 이들 기반시설의 공급을 북한에 약속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시안은 현대아산이 2000년 11월 북한에 처음 전달했던 개성공단 특별법 시안의 최종안으로서 내달 발표될 예정인 개성공단 기본법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개성공단 기본법의 80%가 이 시안의 내용을 채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와 현대아산이 그동안 대외비(對外秘)로 해 온 이 시안에 따르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특구는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보장되는 「국제자유경제지대」로서 신의주 경제특구처럼 한국 및 외국인 투자자에게 토지 사용권과 건물 소유권만 허용하고 토지 소유권은 공화국(북한)에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안은 토지 사용권의 유효 기간을 70년으로 하고 기간 만료 후엔 협의를 통해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시안에 따르면 개성공단과 금강산특구는 입법·사법·행정권을 모두 가진 신의주와 달리 행정권만 갖는다. 지대(개성공단과 금강산특구)의 개발과 운영은 국제자유경제지대 중앙위원회·지대당국·관리공사 등 세 기관이 나누어 맡아 하는 것으로 돼 있다. 내각 산하인 중앙위원회는 지대에 관한 정책의 수립·집행을, 지대당국은 지대 내 치안·세무·출입국 관리 등 행정업무를, 한국 기업이 담당하는 관리공사는 투자 신청 접수·승인, 토지이용권·건물임대증명서 발급 등을 맡는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행정을, 한국 기업이 공단 운영을 맡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북한은 싱가포르와 중국이 공동 운영하는 중국 쑤저우(蘇州) 특구처럼 개성 및 금강산특구를 한국과 공동 운영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시안은 한국 기업들이 개성공단 진출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해온 북한 근로자의 채용·해고나 성과급 지급 등 노동력의 직접 관리를 보장하고 있다. 특히 임금 지급은 북한 노동자들에게 직접 하도록 돼 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특구 내에서는 북한 원화, 한국 원화, 신용카드, 달러 등 경화(硬貨)가 자유롭게 통용된다. 경제특구의 핵심인 세금 감면의 경우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기업소득세율을 결산이윤의 14%로 하지만 북한이 장려하는 첨단기술 부문이나 과학기술 개발 부문 등의 투자 기업에는 10%로 낮춰준다.

또한 개성공단은 한국인과 해외 동포, 외국인은 여권이나 관리공사가 발행한 증명서로만 출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李敎觀기자 haed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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