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일본은 29일부터 이틀간 제3국인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양국간 수교협상을 재개한다.

지난 2000년 10월 이후 꼭 2년만에 다시 열리는 이번 수교협상은 올들어 적십자회담-아시아담당 국장급 회담-정상회담으로 바통을 이어온 양국간 대화무드의 지속과 국교정상화 분위기 성숙 여부를 판가름할 중대한 시험대로 지적되고 있다.

회담의 의제는 대체로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 북한의 새로운 핵개발 문제, 일본의 대북 경제협력 시행 문제 등 지난 9월 17일 북일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평양선언'의 이행문제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특히 일본은 납치문제 해결이 최대의 과제였으나, 최근 드러난 북한 핵문제로 북한에 대해 `안보'도 설득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회담에 임하게 됐다. 북일간 수교교섭은 지난 1991년 처음 시작됐으며, 이번이 12번째 본회담이 된다.

▲ 일본인 납치자 문제=지난 9월 17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본인 납치사실을 시인한 후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일단 이번 협상에서는 현재 일본에 일시 귀국중인 소가 히토미 씨 등 납치 생존자 5명과 그들의 북한내 가족들의 영주귀국 문제가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당초 납치생존자들을 북일 회담 이전에 북한으로 돌려보낸다는 방침에서 선회해 이들을 영주귀국을 전제로 일본에 눌러앉힌 상태이다. 그리고 북한에 있는 납치생존자들의 가족을 북한과 협상을 통해 추가로 일본으로 불러들인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피랍 사망자 8명의 정확한 사인규명 등을 위해 지난 9월말에 이어 제2차 정부조사단을 북한에 파견하고, 납치피해 전반에 대한 보상을 북한에 요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북한의 대응이다. 북한은 일본과 수교협상 진전을 위해 `벌거벗다시피'하고 납치사실을 인정하고 나선 마당이어서 더는 양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에 있는 납치생존자 가족들의 영주귀국 문제도 수교협상의 카드로 활용할 `가치'가 있다는 점에서 일본측 요구에 순순히 응할 가능성은 일단 크지 않아 보인다.

▲핵개발 문제=일본은 이 문제에 관한한 미국 입장을 등지고 `마이 웨이'할 수 없는 상태이다. 일본도 자국을 겨냥할 수 있는 북한 핵무기의 위협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에서 북한에 대해 핵개발의 중단을 요구할 태세이다.

이는 `핵개발과 관련되는 모든 국제합의를 준수한다'는 북일 정상회담의 `평양선언'내용을 토대로 한 것이다. 또 일본의 이런 입장은 한미일 정상이 27일 멕시코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해 북한의 핵폐기를 요구한 것과도 맞닿아 있다.

북한은 이미 지난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에 대해 불가침조약 선체결을 주장하면서 `핵개발 선(先)포기'를 사실상 거부했다는 점을 상기할 때, 북한이 만족스럽 답변을 일본측에 내놓을 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북한은 핵문제를 기본적으로 북미간 현안으로 인식해왔기 때문에 일본에 대해 `핵개발 중단'이라는 결정을 통보하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단 북한이 경제개혁과 민생안정 등을 위해 경제협력 자금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 반면 미국과 대화통로가 막혀있는 상태인 만큼 일본에 뜻하지 않은 `약속'을 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도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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