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북한의 핵계획 시인 이후 대화를 중단한 채 미국의 북한핵 무조건포기와 북한의 미-북 불가침협정 체결 요구가 맞물려 정면 대치기류가 심화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6-27일 멕시코에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한 3자 정상회동, 25일 크로포드목장의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원칙을 천명하고 이를 위해 먼저 북한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APEC에서 북핵외교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하고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신속하고 검증 가능한 방법에 따라 폐기할 것을 강력 요구했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26일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불가침 협정 체결 제의를 반박하고 선(先)핵무기 포기를 거듭 촉구하면서 핵계획 포기가 선행하지 않는 한 "북한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북한은 이에 대해 미-북간 불가침협정 체결이 사태를 풀어나가는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이라면서 미국의 일방적이고 고압적인 요구가 핵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관영언론을 통해 미국을 "주적"이라고 규정하고 "미국에 대한 무장 반격'을 촉구하며 불가침 협정 체결에 앞서 미국의 핵무기 포기 요구에 응할 용의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미국이 APEC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프로그램의 신속하고 검증 가능한 폐기를 촉구하고 나선 것과 때를 맞춰 미국에 대한 강경 반응을 보임에 따라 미-북관계는 극적 계기가 없는 한 당분간 경색할 전망이다.

믿을만한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이라크에 대한 군사적 해결책을 추구하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는 외교적 평화적 해결방안을 첫 조치로 제시했지만 핵계획 포기에 대한 북한의 분명한 태도변화가 없는 한 당분간 북한과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은 대북협상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APEC 정상회담을 전후한 한국과 일본 및 중국 등과의 북핵 정상외교결과를 토대로 빠르면 11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미-러 정상회담을 하고 북한의 핵계획 포기 관철을 위한 대북압박 외교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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