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무기 개발 계획 파문과 관련,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이나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전국연합) 등 재야단체와 민주노동당, 사회당 등은 지난 17일 미 국무부 발표 이후 '미국 비난'부터 '북한 정부 비난'까지 다양한 반응을 하고 있다.

이중 한총련, 실천연대, 범민련 남측본부 등은 '미국의 제네바 합의 파기 음모'를 비난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한총련은 지난 19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띄운 논평에서 "이북의 대미 역(逆) 포위 전략에 다급해진 미국이 동맹국을 자기 산하로 끌어모으고 제네바 협정 합의사항 파기 책임을 북한에 전가하려고 북미회담이 끝나자마자 회담 내용을 왜곡.날조하여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특히 북한이 94년 제네바 합의 이후에도 핵무기 개발 계획이 있었다는 얘기에 대해 "경고성 뒷얘기일 것"이라고 추측할 뿐 그 계획 자체에 대해서는 가치 평가를 하지 않고 있다.

실천연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21일자 논평에서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북의 핵 개발은 핵무장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핵 문제를 지렛대로 북미 간의 군사적 대치상태를 종식하고 한반도 통일을 실현하는데 목표가 있다"고 북한의 '핵 개발을 통한 통일 실현' 주장을 옹호했다.

이 단체는 미국에 대해서는 "북의 핵개발 의혹을 들고 나오기에 앞서 왜 사태가 여기까지 왔는지, 이 상황에서 자신의 책임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검토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국연합과 통일연대, 민주노총, 전농 등은 23일 현재까지 북핵파문에 대해 가타부타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운동권에서 북한 정권에 대해 비교적 비판적인 민중민주(PD)파 중심의 사회당은 특이하게도 북한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사회당은 지난 17일 "미국 정부 관계자의 일방적인 말이라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전제하긴 했지만 "북한 정부는 그동안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관한 주장들이 립서비스나 정권 유지 차원에서 한 것이 아니라면 이번 기회에 진정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정권에 대해 비교적 호의적인 민족해방(NL)파와 PD파가 함께 만든 정당인 민노당은 22일 미국이 북한에 대한 위협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앞세운 뒤 북한의 핵개발 계획 중단도 함께 요구하는 등 '정치적 양비론'을 보였다.

문제는 각 단체.정당의 입장이 어떠하든 정확한 사실관계가 무엇인지 알지 못해 곤란을 겪기는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한 통일단체 관계자는 "미국의 일방적인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도 없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했을 리가 없다고 믿기도 어렵지 않으냐"고 토로했다.

민화협 같은 단체도 지난 19일 "미국 국무부는 더욱 정확하게 진상을 밝혀야 하고 북한도 분명하게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식으로 상세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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