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낙용(嚴洛鎔·54) 전 산업은행 총재는 16일 “지난 국정감사 때는 아는 사실을 그대로 말했을 뿐이며, 검찰에서 소환할 경우 국감 때처럼 있는 사실을 그대로 다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 전 총재는 이날 서울시내 모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처럼 말하고 “그러나 아직 검찰에서 정식 소환요구는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산은 총재 재임시절 현대아산의 정몽헌(鄭夢憲) 회장을 한 차례 만났으나 4000억원 대출건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현대아산의 김충식(金忠植) 사장이 이 대출금을 어디에 썼다고 말했느냐는 질문에는 “검찰에서 물으면 답하겠다”고 밝혔다.

엄 전 총재는 또 당시 산은의 박상배(朴相培) 이사가 출근을 거부하는 등 반발한 이유에 대해 “당시 총재로서 무질서한 현대지원에 대해 통제를 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북(對北) 송금의혹을 받고 있는 산업은행의 4000억원 당좌대출 사실을 폭로한 동기에 대해 “남북 경협과 금융분야가 정상화되고 투명하게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국정감사에서 적극 답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산은 총재 시절 대북지원과 관련된 대출이 무질서하게 이루어져 고민했었다”고 말하고, “일각에서 말하는 정치적인 동기는 없으며, 차기 정부에서 오라는 사람도 없겠지만 설사 그런 기회가 있더라도 공직은 더 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 전 총재는 이어 “국정감사에서 거론된 인물(한광옥·이기호·이근영)들에 대해 인간적인 미안함은 있으나 (사실공개는) 공직자로서의 처신에 대해 많이 생각한 결과이며,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우차 문제로 골치를 앓다가 산은 총재직에서 물러났을 때 홀가분한 기분도 들었다”고 말하고 “산업은행은 시장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 반드시 역할을 해야하지만 그럴수록 시장친화적이어야 하며, 지원은 투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김영진 기자 helloj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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