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산업은행에 대한 특별감사를 통해 밝혀야 할 핵심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2000년 6월 7일 현대상선에 대한 4000억원 대출시 ‘청와대 압력’이 있었는지 여부다. 둘째 감사원은 자금 추적을 통해 대출금이 북한으로 비밀 송금되었는지 여부를 밝혀야 한다.

감사원은 또 산업은행이 주채권 은행도 모르게 거액을 급히 대출해주면서 서류를 사후에 위·변조했는지 여부와 왜 국회 보고 자료와 은행연합회의 기업여신 자료에 이 사실을 누락했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 청와대 압력에 의한 대출 여부 = 엄낙용(嚴洛鎔) 전 총재는 10월 4일 국정감사에서 “대출 규모와 과정이 통상적이지 않아 취임 이후 이근영 금감위원장에게 물어봤더니 ‘나도 고민 많이 했다. 청와대 한광옥(韓光玉) 비서실장이 하도 말씀하셔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산은 내부에서도 이 대출이 비정상적이었음을 인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직무감찰권을 동원, 한 비서실장과 이기호(李起浩) 경제수석등 당시 청와대 라인들의 개입 여부를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4000억원 대북 비밀 송금설 = 현대상선이 빌려간 4000억원을 자체 운영자금으로 쓰지 않았다는 것은 거의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감사원은 정밀 자금 추적을 통해 이 돈이 정말 북한에 송금되었는지, 혹은 현대그룹의 다른 계열사 지원금이나 비자금( 資金)으로 전용됐는지를 밝혀 내야 한다.

“그 돈은 우리가 쓴 돈이 아니고, 정부가 갚아야 한다”고 했다는 현대상선 김충식(金忠植) 사장의 발언, 당시 엄 총재가 국가정보원장을 만나려 했고 실제로 대북담당 3차장을 만난 사실 등은 대출금의 북한 송금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현대그룹이 비밀리에 북한에 비자금을 제공해오다 자금난이 심해지자 정부를 압박해 대출금을 받아내 이 구멍을 메웠을 것이란 의혹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규명을 해야 한다.

◆ 산업은행의 은폐 의혹 =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에 4000억원을 빌려준 사실을 은행연합회 기업여신정보(CRT) 자료와 국회 보고 자료에 누락시켰다. 또 당시 4000억원 대출금 약정서에도 금액이 ‘사십억원’으로 적혔고, 김충식 사장의 서명이 누락됐다.

특히 여러 대출서류에 기록된 김충식 사장의 서명이 각각 다른 점은 대출서류의 사후 위조 의혹까지 뒷받침해주고 있다. 감사원은 대출서류 위조 의혹과 함께 산은이 왜 최근까지 문제의 대출 사실을 숨겨왔는지를 밝혀야 한다.

감사원 특감이 전직 임원뿐 아니라 현직 임원에게까지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黃順賢기자 icaru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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