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일본인 납치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해 평양에 파견된 일본 정부 조사단의 조사 결과는 조기 국교 정상화를 위한 북일 양측의 강한 의지를 재확인시켜준 것이라고 할 만하다.

지난 17일 평양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10월중 수교 교섭 재개'의 최대 걸림돌인 납치 파문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한 쌍방의 신속한 대응과 북한측의 협조가 두드러진데다, 이번 조사를 계기로 납치 사건의 폭풍권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교섭 재개의 대내외적 명분이 확보됐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일본 정부로서는 이번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교섭 재개에 앞서 넘어야 할 벽이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다.

납치 피해자 가족들은 여전히 사망 원인 등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누그러 뜨리지 않고 있고, 정치권 일각의 대북 강경파들을 설득하기에는 북한측의 설명이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북한이나 고이즈미 정권 모두 예정대로 10월중 수교 교섭을 재개, 조기에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2일 정부 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대해 북한측의 성의있는 대응을 강조하면서 10월중 교섭 재개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일본 정부로서는 납치 사건에 쏠린 대북 비난 여론을 2차 조사단 파견 등을 통한 `계속 조사'로 풀어 가면서 `북일 평양 선언'에 제시된 시나리오대로 수교 문제를 매듭지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납치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서라도 수교 교섭은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초 고이즈미 정권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 미국 부시 정권의 대북 강경 정책 등을 고려, 북일 수교 문제는 연내에 마무리짓는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경제난 등 북한이 처해 있는 절박한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연내 수교에 자신감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외견상, 북일 수교 문제에 대한 고이즈미 정권의 이같은 시나리오는 평양 정상회담때 북한측이 제시한 `예상외'의 피랍자 생사 명단(사망 8명, 생존 5명) 문제로 암초에 부닥친 상황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이즈미 정권의 조기 수교 기조가 바뀌었다는 징후는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납치 파문을 서둘러 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북한 역시 이같은 일본측의 대응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로서는 납치 문제가 수교 시기를 다소 지연시킬 망정 조기 수교의 흐름 자체를 `무산'시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보다는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그의 방북 결과에 따라서는 북일 수교 시나리오가 다시 짜여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도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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