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농구스타 리명훈 선수가 26일 오전 식사를 마친 후 선수촌 앞에서 동료와 대화하고 있다./부산=연합

○…사직체육관에서 함께 훈련하는 남북 체조선수단이 26일 ‘설탕물 우정’을 과시했다. 설탕물은 평행봉 선수들이 손의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손바닥에 바르는 ‘묘약’.

그동안 설탕물 대신 구하기 쉬운 소금물을 사용하던 북한 선수들은 남한의 김동화(울산 중구청)가 권한 설탕물을 손에 바른 뒤 봉이 착착 감긴다며 탄성을 질렀다. “우리도 하나 만들어 줄 수 있갔나”는 리명철의 부탁에 김동화는 “오후 훈련 때 한 병 갖다 주겠다”며 흔쾌히 약속했다.


○…선수촌에 각국 선수들이 속속 입촌하면서 ‘국기 걸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16일 입촌한 인도네시아가 가장 먼저 애국심을 발휘했다. 수적으로는 숙소인 117동과 118동에 20여개의 태극기를 내건 주최국 한국 선수단이 최고. 26일 입촌식을 한 이란 선수단은 114동 11층부터 7층까지 5개층을 덮는 초대형 국기를 내걸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란과 같은 동을 쓰는 북한은 1002호 베란다에 가로 1.5m, 세로 1m짜리 인공기 하나만 걸었다.

○…북한 여자유도의 영웅 계순희(52㎏급)가 26일 구덕체육관 옆 국민체육센터에서 진행된 훈련에 참여하지 않고 벤치를 지켜 궁금증을 자아냈다. 예정보다 1시간 늦은 오후 1시쯤 훈련장에 도착한 계순희는 도복을 갈아 입지 않은 채 남색 티셔츠 차림으로 리경옥(여자 48㎏급) 홍옥성(57㎏급) 지경순(63㎏급) 등 동료들의 훈련 장면을 지켜 봤다. 계순희의 컨디션을 묻는 질문에 한 북측 임원은 “일정에 맞춰 휴식할 뿐 다른 문제는 전혀 없다”며 “금메달을 따러 왔지 왜 왔겠소”라고 반문했다.

○…전국의 탁구 동호회 회원 2500여명이 탁구 대표 선수들을 응원할 서포터스 ‘그린 웨이브(Green Wave·인터넷 홈페이지 www.ilovepingpong.net)’를 만들었다. 한국이 1986서울아시안게임과 1988서울올림픽서 이뤘던 녹색 테이블의 영광을 재현해주길 바라는 취지. 단일 종목 서포터스로는 축구의 ‘붉은 악마’에 이어 두번째다. 이들은 경기장에 우리 대표선수 10명의 사진을 넣은 대형 플래카드를 걸고, 300~1500명씩 녹색 티셔츠를 입고 막대 풍선으로 응원전을 펼칠 계획. 북한 선수단에도 한반도기를 흔들며 선전을 기원할 예정이다.

○…26일 오후 2시 김해공항에 도착한 셰이크 파하드 알 사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장은 입국 기자회견에서 완벽한 준비에 감사를 표시하며 대회의 성공 개최를 낙관했다. 아마드 회장은 “북한과 아프가니스탄, 동티모르의 참가로 아시아의 평화와 단결, 화합을 지향하는 아시안게임의 상징성이 더 부각됐다”고 평가하고 “전 종목에서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돼 이번 대회에서 많은 기록이 작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각국 선수단이 사용할 수 있는 화폐는 일본 엔과 중국 위안 외에 사우디 리알과 홍콩 달러, 싱가포르 달러, 태국 바트, 쿠웨이트 디나르, 바레인 디나르, 아랍에미리트 디르함 등 총 10개국 화폐를 사용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은행에서 원칙적으로 환전이 가능한 외화는 매일 고시환율이 나오는 23개국 화폐. 이중 아시안게임 참가국인 아시아 44개국 화폐는 일본 엔과 중국 위안 등 모두 13종. 그러나 말레이시아 링기트와 대만 달러, 필리핀 페소는 현재 선수촌 내 은행에서 취급하지 않고 있다.
/부산=박세용기자 se@chosun.com
채성진기자 dudmi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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