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연평해전’이 평양측에 준 의미와 파장은 큰 것으로 보인다.

첫째, 교전중인 북한 함정의 격침으로 북한은 패배했고, 격침 장면이 세계적으로 방영되면서 ‘영용한 조선인민군은 불패(불패)의 군대’라는 선전구호가 무색하게 됐다. 북한은 전략무기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한국 해군에 비해 전투력이 열세였다.

둘째, 북한은 ‘강성대국’건설이라는 목표하에 선군(선군)정치를 실시하고 있다. 연평해전은 매년 북방한계선 부근에서 북한 꽃게잡이 어선을 보호해온 북한 해군의 위신을 땅에 떨어뜨렸다. 아울러 북한은 북방한계선을 분쟁수역화해 정전체제를 평화협정체제로 전환하자고 요구하는 상투적인 수법을 더 이상 쓸 수 없게 됐다.

셋째, 연평해전 이후 북한은 정책선택에 고민했을 것으로 보인다. 굴욕적인 패배에 냉가슴을 앓았을 것이다. ‘실패하면 재도전하라’는 특유의 게릴라 전법을 살린 북한지도자들은 지난해 9월 인민군 총사령부의 이름으로 한국이 관할하고 있는 서해 5도보다 훨씬 남쪽 수역에 임의로 해상군사분계선을 선포했다.

지난 23일 인민군 해군사령부가 발표한 서해 5도에 대한 6개항의 ‘통항질서’는 작년 9월 선언의 후속조치이다. 미국이 관할해 온 5개 섬이 북한 영해 내에 있는 만큼 미군측 함정과 민간 선박은 북한이 그어놓은 2마일 폭의 수로를 따라 5개 섬에 ‘무적대’ 운항할 것을 주장하는 내용이다. 통항질서 선포 이후 북한군의 특이한 행동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서해지역에서 경계는 강화하지만 과잉반응에 의한 불필요한 긴장 조성은 삼가고 있다. 문제는 통항질서 선포 이후 북한의 행동이다.

북한은 연평해전 패배 이후 실추된 군과 국가 위상을 회복하려고 해상군사분계선과 통항질서를 선포했을까? 선언한 대로 통항질서를 유지하려면 북한은 엄청난 군사·외교적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위신회복 차원이라면 북한의 미래 행동은 ‘선언적’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속셈이 꽃게잡이 어장을 확보하고 정전체제의 무실화를 노리려는 것이라면 북한군은 우리 어선과 민간선박의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위협은 꽃게잡이철과 남한의 선거정국을 앞두고 있다는 시점, 북한내부의 사정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우리는 서해 북방한계선을 둘러싼 남북한의 긴장을 관리, 해소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먼저 북한 당국에 말하고 싶다. 연평해전을 통해 ‘북한 군사도발 불용(불용)’이라는 우리의 대북정책의 원칙과 의지는 힘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상대한 해군은 미군이 아닌 한국해군이었음을 북한은 명심해야 한다.

북한은 앞으로 ‘우리식 사회주의’의 보호와 발전을 위해 세계 여러 국가와 관계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할 입장이다. 한반도의 긴장은 북한에 이로울 것이 없다. 남북한간 긴장해소는 상호 억지 못지않게 예방이 상책이며, 이는 남북한간의 정치·군사적 신뢰구축에 의해 달성될 수 있다.

정부는 서해안의 어로와 민간선박의 보호를 위한 대책, 긴장이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비해 위기관리 원칙을 정리하고, 위기관리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안보문제의 정치 쟁점화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국민적 합의가 형성됐으면 한다.

/황병무 국방대교수·안보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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