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 만에 터진 남북 이산가족들의 눈물 샘은 좀처럼 마를 줄 몰랐다.

16일 오후 제5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가한 남쪽 가족 99명과 북쪽 가족.친척 253명이 만난 금강산여관은 다시 눈물 바다가 됐다.   이날 이산가족들은 상봉장 곳곳에서 분단의 장벽을 뛰어 넘는 감격의 눈물을 흘린 채 부둥켜 안았고, 일부 가족들은 아무 말도 못한 채 얼굴만 쳐다봤다.

몇몇 이산가족들은 '이렇게 기쁜 날 왜 우느냐'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도 했다.

남측 가족 가운데 최고령자인 94세의 정제원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짚고서 남녘 부산에서 달려온 끝에 북측의 둘째 아들 동인(56)씨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기쁨을 누렸다.

또 93세의 김혜연씨는 두 아들 인식(66),영식(63), 그리고 딸 현식(60)씨와 앉아 있던 북측 상봉자중 최고령자인 아내 박종정(90)씨 앞에서 '죽은 줄만 알았는데 이게 꿈이오 생시오'라며 어찌할 줄 몰라했다.

박창규(84)씨는 전쟁 때 잠깐 몸을 피한다고 집을 나왔다 헤어진 부인 김순덕(76)씨에게 죄책감 때문에 한동안 말을 꺼내지 못하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냐'고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칠순을 앞둔 남측의 딸 임황월(69)씨는 그렇게 그리던 어머니 조삼(90)씨의 품에 안겨 백발로 변한 50여 년 세월을 단숨에 되돌려 놓았다.

북에 두고 온 큰 딸 전서봉(66)씨를 죽기 전에 한번 보겠다는 소원을 이룬 김혜원(84)씨는 '그저 몽롱하다'고 말했다.

정옥선(73)씨는 북에 있는 동생 꽃례(58)씨를 보자 '어릴 때부터 얼굴이 동그스름해서 금방 알아봤다'며 '내가 허리가 너무 굽었다고 놀리지 말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이날 단체 상봉에 이어 같은 장소에서 함께 저녁밥을 먹고 각자 숙소인 해금강호텔(남쪽), 금강산여관(북쪽)으로 돌아가 따로 잠을 잔다.

양쪽 이산가족들은 상봉 이틀째인 17일 오전 금강산여관 방에서 가족끼리 개별 상봉을 하고 오후에는 삼일포에서 참관 상봉을 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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