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프로레슬링계를 주름잡았던 역도산(본명 김신락)의 외손녀가 북한의 여자 역도 감독으로 부산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

부산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8일 공개한 북한선수단 명단에는 역도산의 외손녀인 박혜정(29.압록강체육선수단) 감독이 여자 역도 임원에 포함되어 있다.

북한출신으로 일본 레슬링계를 평정하고 `박치기 왕' 김일 등을 제자로 길러낸 외할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박 감독은 북한의 여성 역도감독 1호.

고등중학교 시절까지만 해도 역도와는 무관한 예술체조(리듬체조)를 전공한 박 감독은 북한 여자역도의 개척자이자 산증인이다.

북한에서 여자역도가 시작된 96년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박 감독은 생소한 여자역도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조선체육대학에서 역도를 전공, 이론과 실기를 함께 익히는 등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고 지난 2000년 정식 감독이 됐다.

시드니올림픽에서 아깝게 금메달을 놓친 리성희와 지난 4월 세계주니어신기록을 세우며 올 상반기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있는 최은심 등 세계무대에 이름이 알려진 북한의 간판 스타들은 모두 박 감독의 조련으로 탄생한 선수들이다.

특히 박 감독은 북한 선수들의 체질에 맞는 독창적인 훈련방법을 고안해내 역사가 짧은 북한 역도를 단기간에 세계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것이 북한언론의 평가다.

또 세계를 제패한 프로레슬러인 외할아버지와 북한 체육지도위원장인 아버지 박명철씨 등 체육인들이 즐비한 집안내력도 박 감독의 지도력에 한 몫을 했다.

지난 6월 조선중앙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002세계선수권대회(11월 바르샤바)를 목표로 강훈련을 해왔다고 밝힌 박 감독이 리성희(53㎏급)와 최은심(48㎏급) 전명희(69㎏급)를 앞세워 `세계최강' 중국의 벽을 넘을 수 있을 지 기대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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