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궁화위성 계획의 주역인 한국통신 위성운용단장 황보한(황보한·62) 박사가 뜻밖에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제목은 ‘별들의 만남’(보이스사).

이 소설은 남북 분단시대를 살아가는 두 이산 가족의 이야기다. 동촌 한이골에 살던 준호와 유나네 두 가족이 겪는 사랑과 한에 맺힌 희비극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과학자 집안은 전쟁으로 찢어지고, 월북, 포로, 투신 자살, 간첩사건, 전쟁 고아의 해외 입양 등 반세기 동안 한반도에서 목격할 수 있었던 온갖 상처와 고통들이 아프게 전개된다. 6·25 때 헤어졌던 두 가족이 50년이 지나 8·15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계기로 다시 만나는 데서 소설은 시작된다.

황보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위성 관련 최고 권위자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그는 68년 미국 코네티컷대학으로 건너간 뒤 20년 이상을 미국에서 위성 전문가로 활동했다. 미국 페어차일드사 선임연구원, MRJ INC의 책임연구원 등으로 근무하면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위성 시스템, 통신위성의 설계·제작·시험·발사·감리 분야에서 일해 왔다. 지난 90년 미국시민권과 한국의 3배가 넘는 고액 연봉을 포기한 채 단신 귀국했다. 그 후 무궁화 1,2,3,4호 발사의 계획과 실행이 그 지휘 하에 진행되고 있다.

황보 박사는 “이 소설은 과학 얘기보다는 ‘유나’라는 여주인공의 삶과 분단시대의 불행한 역사에 더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설에는 과학자 특유의 사실적이고 담담한 서사와 더불어 정확한 실화, 그리고 인공위성과 관련된 과학적 지식들이 소설적 구조 속에 흥미있게 녹아들어 있다.

“제목을 ‘별들의 만남’이라고 한 것은 남한의 무궁화호와 북한의 광명성호가 저 광대한 우주에서 만나고 협력하는 것을 상징한 것입니다. ”

황보 박사는 프로 경지를 넘나드는 그림 실력으로 작년 6월 예술의 전당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글=김광일기자 kikim@chosun.com

/사진=주완중기자 wjjo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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