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순종식(70)씨 등 21명의 서해상 집단 탈북으로 난처해진 북한이 이번에는 해당 어선 기관장 리경성(33)씨가 귀환 의사를 고집할 경우 한층 곤란에 빠지게 됐다.

정부 당국자는 20일 리씨가 선박에 감금된 채 남하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 '처음부터 군·경·국가정보원 합동신문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라며 '우리가 리씨를 강제로 데려온 것이 아닌 만큼 본인이 희망하면 돌려보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리씨의 정확한 의사를 최종 확인한 뒤 관련 조처를 취할 방침이지만 현재 리씨는 애초 의사를 번복하고 귀환 여부 최종 결심을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씨가 계속 귀환 의사를 고수하면 난처해지는 것은 북한이다.

북한은 과거 황장엽(黃長燁) 전 조선노동당 비서나 장승길 전 이집트 대사처럼 고위 인사의 탈북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일반인 탈북 사건에 대해서는 별로 반응을 하지 않았다.

개별 탈북 사건에 대해 일일이 반응을 해봤자 체면만 손상될 것이기 때문.

전례에 비춰 이번에도 북한은 이왕 벌어진 일인만큼 침묵할 형편이지만 리씨가 일단 귀환 의사를 밝혀 문제가 다소 복잡해졌다.

북한으로선 굳이 돌아오겠다면 리씨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는 없는 입장이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리씨 귀환 의사가 분명하면 우리로선 북측에 전화통지문을 보내 데려가라고 할 수밖에 없다'며 '이럴 경우 어선도 함께 보낸다면 서해 공해상에서, 리씨만 돌려보내면 판문점에서 인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씨를 인도적인 차원에서 돌려보내겠다면 북한이 외면할 수도 없게 됐다.

그렇다고 별다른 말없이 1명만 받아들일 경우 다른 20명의 자발적인 한국 망명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그것도 아니라면 21명 전원의 귀환을 요구해야 하는데 논리가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북한 전문가에 따르면 이럴 경우 예상 가능한 북한의 궤변은 '순씨 등 20명이 리씨를 납치하기 위해 최근 북남관계 개선에 불안해진 미제와 남조선 반통일세력과 짜고 조국을 배반했다'는 음모론 정도지만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따라서 북한으로선 리씨가 처자식 곁으로 돌아가기를 끝까지 고집할 경우 속사정이야 어찌됐든 별다른 말없이 결국 리씨만 데려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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