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 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21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한국의 세종연구소와 미국의 아시아 재단 공동 주최로 열린 학술회의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대북) 정책 ‘과속(과속)’을 우려하는 발언이 다수 나왔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의 변화에 대해 토론한 결과 주로 미국측 전문가들이 최근의 남북경협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을 많이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랄프 코사 국제전략안보연구소(CSIS) 퍼시픽 포럼 대표를 비롯한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한국의 대북지원 능력과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어느 정도인지에 의문을 표시했다.

아울러 북한이 국제금융기구로부터 지원받기 위해서는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돼야 하므로 북한의 경제재건과 군사적 긴장완화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는 시각이 강조됐다고 한다. 제롬 코언 뉴욕대 교수는 “남북경협은 바람직하지만, 북한이 어느 정도 자본주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는지와 어떤 방식을 따를 것인지에 대한 연구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 남북한간 군사적 신뢰구축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평화체제를 남북한이 주도적으로 마련하고 미국·중국이 지원하는 ‘2+2 방식’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에도 문제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전혀 변한 것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바람직한 대북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화해와 협력이 강력한 군사적 억지와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미국측에선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대사, 로버트 스칼라피노 캘리포니아대(버클리) 교수, 마이클 던 주한미군사령부 부참모장(소장)등이 참석했다. 한국측에선 강영훈(강영훈) 세종재단 이사장, 김경원(김경원) 전 주미대사, 문정인(문정인) 연세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서귀포=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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