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차 남북장관급회담 첫날인 12일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남북 양측의 회담 분위기는 쾌청했다. 남과 북 양측은 전체회의 때는 물론이고, 만날 때마다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등 적극적인 대화의지를 나타내 이번 회담의 성과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김령성 내각 책임참사를 단장으로 한 북측 대표단은 이날 오전 10시쯤 고려항공 소속 P-813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 남측 대표단과 첫 대면했다.

귀빈실에서는 윤진식(尹鎭植) 대표(재정경제부차관)가 “이번 회담이 잘 돼서 땅도 길이 열려 기차를 타고 평양에 가서 회담을 했으면 좋겠다”고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자 김 단장은 날씨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김 단장은 “평양에도 매일 비가 왔는데 떠날 때는 아침부터 날씨가 좋고 서울도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표가 “남쪽은 집중호우로 피해가 있었는데 북측 사정은 어떠냐”고 묻자 김 단장은 “요즘 큰물(홍수)피해가 있었다”며 “황해남도와 청천강 유역에 많은 비가 내렸으며, 최고 460mm까지 내려 인명피해도 있었고 침수피해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또 윤 대표가 “추석때면 이산가족들의 마음이 착잡하니 이산가족 면회소도 설치하고 서신교환도 확대하자”고 하자 “쌍방이 지혜와 힘을 합쳐 이산가족뿐 아니라 민족에 커다란 기쁨주는 알찬 열매를 거둬야 한다”고 화답했다. 김 단장은 “잃어버린 시간을 빨리 당겨야 한다”면서 도착 성명을 서면으로 대체한 뒤 회담장인 서울 신라호텔로 향했다.

○…호텔 직원들이 박수로 환영하는 가운데 호텔에 들어선 김 단장 일행은 정세현(丁世鉉) 우리측 수석대표(통일부장관)의 영접을 받았다. 양측 대표단은 다이너스티 홀에서 환담을 나눴다.

정 수석대표는 “장관급회담도 7번째이고 특사 방북도 있었고…약속은 많이 했는데 이행되지 않은게 많다”고 은근히 북측을 겨냥하면서 “새로운 약속보다는 기왕에 된 약속 중에서 할수 있는 것을 골라 실천하는 그런 회담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김 단장은 “옳은 말”이라면서도 “실천 분위기를 잘 만들어 합의 이행에 노력을 합치는게 중요하다”고 ‘분위기’를 강조했다.

○…이번 회담의 북측 대표 5명과 지원요원 24명 가운데는 앞서 여섯 차례의 장관급회담에 참석했던 인물의 교체가 눈에 띄었다. 대표 가운데는 대남 경협문제를 전담해왔던 허수림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총사장의 빈자리를 김춘근 민경련 서기장이 메웠다. 지원인원 중에도 그간 남북 공동보도문 조율역을 맡았던 권 민(권호웅) 내각 참사와 단장 수행비서 역을 담당했던 계봉일씨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한편 북측 대표단이 호텔에 도착하기 전인 오전 9시20분쯤 가슴에 북파공작원이라고 쓴 군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본관 앞에 등장, 한때 우리측 경호관계자들을 긴장시켰으나 경호팀의 현장 접근 차단으로 시위사태는 없었다.
/ 尹楨淏기자 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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