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용순(김용순) 노동당 비서의 방한을 계기로 남북관계의 흐름이 잡혀가고 있다. 비전향장기수 북송(2일) 이후 적십자회담, 경의선 연결 실무접촉 등에서 다소 ‘정체상태’에 빠졌던 남북대화의 윤곽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18일 경의선 연결을 위한 기공식이 남북에서 각각 열리는 것을 시발로 적십자·경제·군사 등 분야별로 남북대화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방장관 회담

공동보도문에는 국방장관회담 시기와 장소, 대표단 구성 등에 대해 명시하지 않았다.

당과 군의 업무가 확연하게 구분된 북한체제를 감안한 것이라는 게 우리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양측은 25~26일쯤 제3국에서 연다는 데 합의했다.

양측 군부가 서로 상대측 지역에서 첫 회담을 갖기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차선(차선)의 선택인 셈이다.

당초 우리측은 회담이 열릴 경우 군사직통전화 설치 등 남북간 긴장완화 방안을 중점 논의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최근 들어 ‘단계적 접근법’을 고려하고 있다.

경의선 연결과 문산~개성간 새 도로 건설을 위한 지뢰제거가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북한도 같은 입장이다.

우리측은 대신 국방장관 회담 정례화를 제의할 계획이다. 회담도 제3국이 아니라 점차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개최하는 문제를 협의하고, 의제도 군사직통전화, 군사연습 상호 통보 및 참관, 군 인사 교류 등으로 다양화해 나갈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이 같은 우리측 구상에 대해 어느 정도 호응할지가 첫 대좌에서 드러날 것이다.

◆이산가족 문제

이르면 10월부터 이산가족들의 편지교환이 가능할 전망이다. 남북한은 이달 중으로 모든 이산가족들의 생사 여부와 주소 확인작업을 시작해 이른 시일내 끝내고 생사확인이 끝난 사람부터 서신을 교환하기로 했다.

지난 8·15 이산가족 교환방문 때 생사·주소를 확인한 300여명의 이산가족들이 우선적으로 서신을 교환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측 이산가족찾기 신청자는 11만여명에 달하지만 이 중 사망자와 중복 신청자를 제하면 실제 생사확인 대상자는 9만2000~9만3000명 선.

우리측은 연내 생사·주소 확인작업을 끝내겠다는 구상이지만 북측의 능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측은 언론 등을 동원하면 연내에 끝낼 수 있지만 북측의 행정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북한의 행정력으로 연내는 물론 1~2년 안에 9만여명의 이산가족들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 생사확인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차관급 경제회담

양측은 오는 25일 서울에서 첫 회담을 열어 경협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이른 시일내 마련키로 합의했다. 북한이 6·15 선언 이후에도 이 문제는 상당 기간 외면해왔다는 점에서 진전된 것이다. 우리측은 8월말 2차 장관급회담에서 투자보장협정, 이중과세방지협정, 청산결제, 분쟁조정 초안들을 북측에 전달했다.

따라서 25일 회담에선 북한이 우리측 초안에 대한 검토 의견을 내놓는 것으로 시작될 것이다.

우리측 초안은 무역협정에 관한 국제관례를 따른 것이다. 기업활동의 자유 보장부터 고용의 문제, 수출상품에 대한 비관세, 과실 송금, 상사(상사)분쟁 해결책 등이 망라돼 있다. 북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러시아, 유고,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과거 사회주의권 동맹국을 중심으로 16개국과만 이 같은 제도적 장치에 합의한 상태다.

북한과 가장 가깝다는 중국조차 아직 북한과 무역협정을 맺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4가지 합의서가 한꺼번에 타결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정부 당국자들은 “남북관계 현실을 감안할 때 투자보장합의서와 분쟁조정합의서가 가장 먼저 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두 가지 합의서는 국내 기업의 대북진출은 물론, 외국기업과 우리 기업들의 북한에 대한 동반진출의 길을 원활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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