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을 납치한 후 한국에 밀입국했다 체포된 비전향 장기수 신광수(신광수)씨가 북한에 송환되자 일본 내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지만 외교통상부는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우리 국민들은 신씨의 송환이 한일관계에 일으킬 수 있는 미묘한 파장을 고려, 외교부가 정부 내에서 반대입장이나 신중론을 피력했을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외교부의 당국자들은 외교부가 신씨의 송환을 반대하지 않았음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신씨 송환을 둘러싼 외교부의 입장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남북문제가 잘 풀리고 있는데 왜 우리가 일본의 눈치를 봐야 합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에서도 이정빈(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이, 일본이 신씨의 송환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고했을 뿐 이견을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교부의 다른 당국자도 “신씨는 지난해 사면을 받아 풀려난 ‘자유인’이므로 그를 북쪽에 돌려보내지 않는다면 비전향 장기수를 ‘모두’ 송환하는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신씨의 경우가 다른 비전향 장기수와는 사안이 다르다는 점을 외면하는 것 같다. 비전향 장기수 송환에 대해서도 비판여론이 있었지만 특히 일본인 납치 전력이 있는 신씨 송환에 관해서는 외교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일간에 상당한 반대여론이 존재했었다. 일본 정부의 대변인이 신씨의 송환에 유감을 표시한 것이 그 예다.

그런데도 외교부가 다른 어느 문제보다 남북관계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정부 내 분위기 때문에 외교부로서 할 말을 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고 있다면 문제는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이하원 정치부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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