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일행에 대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의 미국 항공사 아메리칸 에어라인(AA)의 짐·몸 수색 과정에 관해서는 북한측과 AA측의 설명이 엇갈린다.

북측 일행이었던 최수헌 북한 외무성 부상과 이형철 북한 유엔대사가 5일 각각 프랑크푸르트와 유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은 북한 대표단이 북경~베를린을 경유해 4일 오전 10시30분(이하 현지시각)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오전 11시30분 발 뉴욕행 AA 175편 환승 수속을 밟는데, 미 항공안전 관리들이 접근해 15명 전원의 짐을 손가방까지 일일이 열었으며 신체의 은밀한 부분까지 수색하고 옷을 벗기는 조사를 하려 했다는 것. 이 대사는 “이들 관리들이 북한을 ‘깡패 국가(rogue state)’라고 지칭하면서, 철저한 짐·몸 수색은 물론 북측 대표단 전원이 질문서에 답변을 해야 탑승할 수 있다고 고집했다”고 말했다. 수색은 경호원 등 수행원부터 철저히 시작했으며, 김 위원장이 수색받을 즈음 북한측이 강력히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사는 “(북측이) 미국정부의 입국사증(visa)을 받은 국가원수급 유엔 방문임을 밝혔으나 이들 관리들은 막무가내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북한 대표단의 사전 동의도 구하지 않고 비행기 좌석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AA측 대변인 존 호타드는 “우리는 미 항공관리국(FAA)의 규정에 따라 우리 국제선을 이용하는 승객에 대한 엄격한 보안 절차를 밟았을 뿐”이라고 밝혔다. AA는 또 성명을 내고, “북한 외교 대표단에게 끼친 불편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으나, “수색은 몸을 가볍게 만지는 행위(pat-down)와 단지 웃옷과 신발을 벗는 것을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나중에 북측 대표단이 수색에 동의했을 때는 비행기 출발 예정시각까지 10분 밖에 안 남아 충분한 수색 시간이 없어서 다른 항공편으로 떠날 수 있도록 동의했고 다른 편으로 인도했다”는 것. AA측은 “수색에는 미국 정부 관리는 전혀 없었고 AA측 보안요원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북한 대표단은 본국의 지시에 따라 귀국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A측은 김 위원장 일행이 북한 원수급 일행이라는 것을 사전에 몰랐을까. 이 대사는 이번 사건이 “남북한의 진전을 싫어하는 미국측의 계획된 도발행위로, 북한의 이미지를 퇴색시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AA는 “(현지) 미 대사관으로부터 김 위원장 일행의 탑승 사실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뉴욕=이철민기자 chulmin@chosun.com

북한과 미국의 엇갈린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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