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관급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인 박재규(박재규) 통일부 장관이 북측 요청으로 함경북도 동해안에 머물고 있는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과 1일 조찬을 함께 했다. 어느 곳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박 장관은 31일 밤 10시 50분쯤 김용순(김용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과 함께 기차편으로 평양을 출발했다. 박 장관이 평양으로 돌아온 시각(1일 오후 6시 5분)으로 역산해 보면 열차편으로 평양에서 7시간 정도 걸리는 곳인 듯하다.

박 장관은 오전 6시쯤 이곳에 도착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김용순 위원장이 배석한 가운데 김 국방위원장과 조찬회담을 했다. 박 장관은 장관급 회담의 핵심 쟁점이었던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방안, 북측 경제시찰단 서울 파견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우선 군사 직통전화, 군사당국자간 회담 등 우리 측이 제안한 군사적 신뢰구축 방안에 대한 북한의 성의있는 대응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권이 사실상 김 위원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남측 대표단의 귀환날짜까지 하루 연기시켰던 이 문제에 대한 협상이 매듭돼 공동보도문에 명기된 것은 박 장관과 김정일 위원장의 조찬회담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박 장관은 이어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의 메시지를 김 위원장에게 전했을 가능성이 크고, 김 위원장의 메시지도 받아왔을 수 있다. 박 장관은 평양 고려호텔에 도착한 후 이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잠시 머뭇거렸다.

남북한이 6·15 공동선언의 실천이라는 차원에서 발표되지 않은 또 다른 합의를 했을 수도 있다. 북한 경제전문가 15명 정도로 구성될 경제시찰단의 남한 파견은 일부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대북 식량차관 문제도 여기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조찬회담이 3시간이나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다른 많은 문제도 거론됐을 법하다. 그러나 박 장관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을 피했다.

이번 조찬회담의 부수적 효과도 있는데, 박 장관이 오갈 때 김용순 위원장과 동행했다는 점이다. 무려 14시간 동안은 남북 사이의 공감대를 넓히는 데 매우 유익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용순 위원장은 김정일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남북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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