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는 당창건일(10.10)·정권수립일(9.9)과 같은 이른바 「국가적 명절」이나 추석·단오 같은 민속 명절 외에 특정 계층이나 직종에 따른 기념일이 많다.

『사회의 일정한 부문이나 인민경제의 한 부문에서 경축하는 기념일』로 정의되는 이런 날 가운데는 농업근로자절(3.5)·어부절(3.22)·보건절(4.5)·광부절(7.1)·청년절(8.28)·방송절(10.14) 등이 있다.

이밖에도 정식 명절은 아니지만 대학생의 날(매월 세 번째 일요일)·체육의 날(매월 둘째 일요일)·철도지원의 날(매월 첫째 금요일) 등이 있는데 정작 「스승의 날」은 없다. 그나마 스승의 날과 가장 비슷한 날로 교육절(9.5)이 있지만 생겨난 배경이나 취지, 성격 등을 보면 스승의 날과는 거리가 있다.

교육절은 김일성이 1977년 9월 5일 북한판 국민교육헌장이라 할 수 있는 「사회주의교육에 관한 테제」를 발표한 것을 기념해 그 해 9월 19일 중앙인민위원회 정령으로 제정한 「교육일꾼들과 학생들을 위한 명절」이다. 하지만 교육자와 교육관계자, 학생들의 공동 명절이라는 주장은 명목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교육테제 발표의 의미를 새기고 그것을 철저한 집행하겠다고 다짐하는 날로 자리매김되어 있다.

스승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거나, 전화 등으로 안부를 여쭙는 인사치레는 물론이고 스승을 모시고 식사를 한다든지, 꽃이나 정성이 담긴 선물로써 사은(師恩)에 감사를 표시하는 모습은 교육절에는 전혀 구경할 수 없는 풍경이다. 북한에서 고등중학교와 대학에서 교원을 지냈던 탈북인들은 『교육절이면 김일성동상에 헌화하고 교육테제의 철저한 관철을 결의하는 갖가지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고작』이라면서 『학생들로부터 축하인사나 선물같은 것을 받은 적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평소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선생님을 찾아뵙고 인사를 하고 선물을 드리기도 하지만 특정한 날을 잡아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이들은 전했다.

이들은 북한에 여러 형태의 명절이나 기념일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스승의 날」이 없는데 대해 『김일성·김정일이 주민들을 깨우쳐주고, 가르쳐주고, 배워주는 「위대한 스승」으로 군림해오고 있고, 그들의 생일이 「민족 최대의 명절」로 기념되는 마당에 별도로 스승의 날을 정해 기념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미영기자 miyo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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