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와 북한 인권 문제가 워싱턴에서도 한창 달아오르는 요즘, 유난히 바쁜 하원의원이 있다. 공화당의 마크 커크(Kirk·일리노이) 의원이다. 초선인 그는 4월17일 하원 인권 모임에서 북한 청문회를 주재, 북한 인권문제를 의회에 깊숙히 끌어들였다.

“북한과 연변을 직접 시찰해 본 경험에 비춰보면…”이라고 말문을 열었던 그는 지난 2일엔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가 주최한 북한 청문회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16일엔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특별 인터뷰에서 “북한과 중국과의 접경지역에 난민 수용소 건립을 주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 문제를 얘기하는 그에겐 늘 통상적인 인류애 이상의 애정이 묻어난다. 이유가 있을까? “제 막내 여동생이 한국에서 입양돼 온 아이입니다. 한국은 우리 가족 모두가 가장 가깝게 느끼는 외국이죠. 아버지가 6·25 전쟁 직후 한국에서 군인으로 근무했고, 사촌도 한국 입양아입니다.”

그가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5년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일하면서부터다. “당시 외국에 대한 미국의 인도적 지원 문제를 다뤘는데, 마침 북한 식량 위기가 닥쳤습니다. 94년 선거에서 다수당이 된 공화당이 과연 북한에 식량을 줄까라는 의심들이 많았지만, 내가 지원 필요성을 역설해서 결국 성사시켰죠. 의회 분위기가 97년에는 대북 식량지원을 줄이자는 쪽이었는데, 세계식량계획(WFP)의 요청에 따라 나를 포함한 하원 전문위원 2명이 직접 북한을 방문해보고 결정키로 했습니다.”

그는 “아프리카도 여러번 여행했지만, 한마디로 북한만큼 상황이 열악한 국가는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북한 방문 후 대북 식량지원을 더욱 강조했다. 결국 WFP의 북한내 수혜자가 500만명에서 700만명으로 더 늘어나게 됐다. 그 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인사들을 사상 처음으로 미국 의회에 초청, 의회 지도자들과 만나게 주선도 했다.

98년엔 두번째로 북한을 방문했다. 함흥과 혜산에서 주민들에게 ‘친척 중 누가 죽었나’라고 탐문해보니 어림해서 20% 정도가 아사(餓死)한 것 같더란다. 그는 탈북자 행렬을 직접 보러 중국 옌볜(延邊)을 찾아간 경험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지금도 그들과 나눈 대화가 생생합니다. 노인들이 자살한다는 얘기, 몸을 파는 ‘꽃제비’들의 가련한 운명, 927 정치범수용소의 현실…. 돌아와서 탈북자 문제에 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습니다. 11명의 의회 관계자들로 하원의장을 위한 ‘북한 자문 그룹’을 결성한 것도 그때입니다.”

일리노이주 존 포터(Porter) 전 의원의 비서실장으로 일하다가 지역구를 물려받은 그는, 북한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길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하나는 굶주린 주민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 인권문제를 여론화하는 것이다.

“1980년대 독일은 체코 인권운동가들에게 비디오 카메라를 보내 인권탄압을 세계에 알렸습니다. 북한에 1000개의 비디오 카메라를 들여보내 100개만 돌아온다면 북한 인권문제를 국제여론화시킬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자신은 첫번째 길에 더 치중한다고 했다. “굶주린 아이들은 정치를 모른다”는 레이건 전 대통령의 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중국 정부에 탈북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에드 로이스(Royce·공화·캘리포니아) 의원과 함께 발의했고, 미국내 한국 교포들의 북한내 이산가족 상봉을 권장하는 결의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키는 데도 큰 몫을 했다. 콜린 파월(Powell) 국무장관에게 한국 교포 3만명이 서명한 이산가족 상봉 탄원서를 전해준 것도 그다.

그는 북한 지도부가 참으로 답답하다고 했다. “중국이나 베트남의 공산주의자들은 개방해서 경제를 살리면서도 권력을 유지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는 북한 지도부에게 미사일 수출, 마약 판매, 외화(外貨) 위조를 하지 말라고 충고했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의 융자를 받게 되면 훨씬 큰 돈을 만질 수 있는데, 왜 그런 고리타분한 방식에 집착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란에 판매한 북한 미사일이 이스라엘을 겨냥하는데, 이스라엘은 미국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입니다. 북한이 이스라엘의 적이 되면 미국으로서는 다른 선택 방안이 없습니다.”
/ 워싱턴=朱庸中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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