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은 남북 화해 무드를 지속적으로 담보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6월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7·8월 장관급회담, 9월 북한 김용순(김용순) 노동당 대남담당비서의 서울 방문 등으로 연결되는 일련의 화해 분위기가 하나의 확실한 흐름으로 정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계기로 6월 평양 정상회담 때의 6·15 공동선언에 버금가는 남북 정상 간의 커다란 ‘합의’가 나올 수도 있다.

정세현(정세현) 전 통일부차관은 연내 답방 결정에 대해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미국이 남북관계의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려는 것 같다”며 “이런 의미에서 일단 김 위원장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는 확고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북한이 지금까지의 ‘폐쇄 국가’ 이미지를 벗고 국제 무대로 본격 진출하려는 정세판단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테러 지원국’에서 벗어나 미국과의 수교를 앞당기려는 것 같다는 관측(고유환·고유환 동국대 교수)도 있다.

김 위원장의 연내 방한은 또 북한 경제의 대외개방을 앞당기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

실권자가 된 후 공산국가 외에는 방문한 적이 없는 그가 남한 방문을 결행했다는 자체가 개방화의 상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서울에 와 남한으로부터 경협에 대한 확답을 받고 싶어할 것 같다”(유호열·유호열·고려대 교수)는 분석은 이래서 나온다. 김 위원장이 남한과 협력하는 모습을 잇따라 선보임으로써 서방국가의 대북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계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확정은 또한 정상회담 정례화의 가능성도 엿보게 한다. 앞으로 3차, 4차 남북정상회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게 한다. 이는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의 3단계 통일방안 중 첫 단계인 남북연합의 ‘정상회의’를 연상케 한다. 2차 정상회담은 따라서 남북 정상이 남북 사이의 중요 문제를 정례적으로 만나 해결하는 관례로 정착될 가능성을 크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개방의 단초로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 백진현(백진현) 교수는 “정상적 과정이라기보다 어떤 특정 사안을 이루려는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느낌”이라며 “아직 긍정적으로만 보기 어려운 면도 있는 만큼 신중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유보적 견해를 보였다.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