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들의 권력행사 패턴을 가까이서 관찰한 비서실장 청와대 출입기자 등의 시각으로 정리한 ‘한국의 대통령과 권력’(나남출판 간)이 함성득(함성득) 고려대 교수(대통령학)에 의해 엮여 나왔다. 함 교수가 기획하고 있는 대통령학 총서의 제2권이다. 제1권은 1999년에 나온 ‘대통령학’이었다.

필자는 박정희(박정희)를 쓴 조갑제(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 전두환(전두환)을 쓴 이종률(이종률) 통일시대연구소 이사장, 노태우(노태우)를 쓴 염홍철(염홍철) 경남대 북한대학원장, 김영삼(김영삼)을 쓴 김창기(김창기) 조선일보 정치부장, 김대중(김대중)을 쓴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문희상(문희상)이다. 조갑제 편집장을 제외한 나머지 필자들은 대통령들을 직접 보필하거나 취재했던 경력을 갖고 있다. 이들은 주로 대통령의 인물됨을 증언했다. 균형을 떠나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들만이 볼 수 있는 각각의 대통령들의 장점들이 많이 열거된 것이 특징이다.

조갑제 편집장은 박정희를 “권력을 쟁취해 단순히 그것을 행사했던 지도자가 아니라 권력을 이용해 나라와 국민을 개조시킨 실용노선의 근대화 혁명가였다”고 묘사했다. 이종률 이사장은 전두환에 대해 “집권과정의 정당성 결여와 천문학적 숫자의 정치자금 및 부패라는 문제에도 불구하고 5공 기간에 이룩한 안정 속의 성장, 올림픽 유치, 6ㆍ29선언 주도 등은 전두환의 남자다운 리더십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태우에 대해 염홍철 원장은 “노태우는 권위주의 시대에서 민주주의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지도자라는 점을 스스로 인식하고 거기에 충실하려 했다”며 “결단력과 자신감이 없었다면 어떻게 스스로 자신을 ‘물’이라고 불렀겠냐”고 반문했다. 김창기 부장은 “하나회 청산과 역사바로세우기를 통해 더 이상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에 반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없는 확고한 지반을 김영삼은 제공했다”고 밝혔다. 김대중에 대해서는 문희상 실장이 “백범 김구의 이상주의와 우남 이승만의 현실주의를 결합해 놓은 인물”이라며 “역대 대통령 중에서 김대중 만큼 국민통합력을 갖춘 지도자는 찾기 힘들다”고 했다. 완결된 평가는 아니고 후속 연구를 위한 자료적 의미가 강하다.

이상이 제1부 인물론이고 제2부 조직론은 대통령의 통치구조를 살핀다. 국무총리를 지낸 이수성(이수성)씨는 ‘국무총리론’, 비서실장을 지낸 김중권(김중권)씨는 ‘대통령 비서실장론’, 청와대 상황실장을 지낸 장성민(장성민)씨는 ‘대통령 보좌론’을 썼다.

대통령학 총서 목록에는 ‘대통령 영부인’ ‘대통령의 정책결정’ ‘대통령과 예산’ ‘대통령과 관료제’ ‘차세대 지도자론’ 등이 포함돼 있다. 함성득 교수는 이 총서의 기획의도에 대해 “특정 인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행 대통령제를 극복하고 시스템과 제도에 의한 대통령제로 나아가기 위한 밑바탕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한우기자 h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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