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14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한국 최초 3000톤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 진수식. /거제=뉴시스

2018년 9월 14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한국 최초 3000톤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 진수식. /거제=뉴시스

북한으로 추정되는 세력이 지난해 해군 3000t급 신형 잠수함 등 각종 함정을 건조하는 대우조선해양을 해킹해 일부 자료가 유출된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북한은 2016년에도 대우조선해양을 해킹해 3000t급 잠수함(장보고-Ⅲ급) 설계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한국형수직발사기(KVLS) 기술 등을 빼내갔다. 이와 함께 원자력추진 잠수함(원자력 잠수함)용 소형 원자로 개발에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진 한국원자력연구원도 최근 북한 추정 세력에 의해 해킹을 당했다. 북한이 우리 극비 기술을 빼내 원자력 잠수함 개발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이날 “원자력연구원 외에도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해킹이 있었다”면서 “원자력연구원에선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 유출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 18일 원자력연구원 해킹 사실을 공개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실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해킹 시도가 있었고 일부 문서가 유출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로 잠수함 쪽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방사청도 대우조선해양 해킹 시도를 시인했다. 하지만 “망 분리가 돼있어 군사기밀 유출은 없었다”고 밝혔다.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모든 형태의 우리 해군 잠수함을 건조해온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집요하게 해킹을 시도하고 있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번에 북한이 해킹을 시도했거나 실제 유출에 성공한 문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소식통들은 2018년 진수된 뒤 조만간 해군 인도를 앞두고 있는 도산안창호함 등 신형 3000t급 잠수함과 이 잠수함에 탑재되는 SLBM 한국형수직발사기 기술 등이 북한의 집중 공략 대상이라고 분석했다.

2016년 4월 북한은 대우조선해양을 해킹해 1~3급 군사기밀 60여 건을 포함, 4만건의 내부 자료를 빼간 적이 있다. 3000t급 잠수함을 비롯, 율곡이이함 등 이지스 구축함, 울산급 배치-II 호위함, 수상구조함 통영함 등의 설계도와 건조 기술 자료, 무기 체계 자료, 시험 평가 자료, 제안서 평가 자료 등이 포함됐다.

해군 3000t급 잠수함은 3단계에 걸쳐 총 9척이 건조되는데 현재 1단계 2번함까지 진수됐다. SLBM은 1단계에 6발이, 2·3단계에 각각 10발씩 탑재된다. 미사일들은 튀어나온 함교(艦橋)가 아니라 함체(艦體) 중앙에 장착된다. 군 소식통은 “북한도 잠수함에 3~4발 이상의 SLBM을 탑재하려면 우리 장보고-Ⅲ급처럼 잠수함 함체 중앙에 장착할 필요가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우리 3000t급 잠수함 설계 기술 등을 빼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원자력 잠수함은 지난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식 개발 선언을 함에 따라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당시 노동신문은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 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 단계에 있다”고 했다. 원자력 잠수함의 가장 큰 기술적 난관은 잠수함에 탑재될 안전한 소형 원자로 개발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현 정부는 원자력 잠수함 보유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소형 원자로 설계 등 원자력 잠수함 기본 기술은 어느 정도 확보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원자력 잠수함 개발의 핵심 기관으로 알려져 있어 최근 북한의 해킹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정부·군 기관은 물론 방산 업체에 대한 북한의 해킹 시도가 지속됨에 따라 방산 업체들의 사이버 보안도 한층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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