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국회에서 한국원자력연구원 내부 시스템의 북한 추정 해킹 사건에 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국회에서 한국원자력연구원 내부 시스템의 북한 추정 해킹 사건에 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

국회 정보위 소속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북한 추정 세력에 해킹당했다”고 밝혔다. 민간 기관을 통해 공격 IP를 추적해보니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커 조직이 썼던 서버로 연결됐다”고 했다. 범인 꼬리를 찾은 것이다. 그런데 국정원은 연구원 전산망이 뚫렸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누가 범인이고, 무슨 기밀이 얼마나 털렸는지는 “관련 부처와 확인 중”이라고 했다.

해킹 사건은 한 달여 전에 발생했다. 해킹 속성상 피해 파악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범인 흔적도 민간 기관이 이미 확인했다. 그럼에도 국정원이 여태 “확인 중”이라고 하는 건 범인이 북한이고, 우리의 어떤 핵(核) 정보가 넘어갔는지 국민에게 알리지 않으려는 것이다. 원자력연구원은 원전과 핵연료의 핵심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적이 빼갔다면 국가급 기술 유출을 넘어 우리 안보에 치명적 위협이 된다. 2014년 원전 도면이 해킹당한 적도 있다. 국정원이 국민을 속이고 북한 소행임을 감춰줄 궁리를 하고 있다면 용납할 수 없다.

국정원은 올 초 “북한이 코로나 백신, 치료제 관련 기술 탈취를 시도했다”고 했다. 한·미·영국 제약사들이 공격 대상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북한 해커가 사용한 이메일 중 문정인 전 대통령 특보의 아이디도 발견됐다고 하 의원은 말했다. 북한이 문재인 정권의 핵심 외교·안보 인사들을 대상으로 전방위 해킹 공격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북한을 들락거리며 온갖 남북 쇼를 벌였던 사람들이다. 이들에겐 대북 보안 의식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북은 1990년대부터 핵·생화학과 함께 사이버 무기를 ‘3대 비대칭 전력’으로 발전시켰다. ‘북 해커의 제1 타깃이 한국’이란 미 국가정보국(DNI) 전 국장의 경고처럼 북 해킹은 주로 우리를 노렸다. 북은 2016년 국방데이터센터를 해킹해 A4 용지 1500만장 분량의 군 정보를 훔쳤다. 김정은 참수 작전 계획과 미군이 제공한 기밀 자료까지 탈취했다. 한국 암호 화폐 거래소를 공격해 최소 6500만달러(735억원)를 털기도 했다. 우리 ATM(현금지급기) 암호망을 뚫고 현금 1억여원을 빼돌린 적도 있다. 지금 북 해킹은 북핵만큼 위협적이다.

유엔 대북제재위가 2019년 보고서에서 35건의 국제 해킹 피해 중 한국이 10건으로 가장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어느 국민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정부가 제대로 알린 적은 없다. 국정원이 간혹 ‘북 해킹 시도가 있었는데 잘 막았다’고 보고한 게 전부다. 국민이 큰 피해를 보았고 더한 피해가 예상되는데도 북한 눈치를 보느라 계속 쉬쉬하는 것이다. 북이 무슨 범죄를 저지르고 우리에게 무슨 피해를 입히든 이 정권은 이를 다 감싸고 남북 쇼를 다시 벌일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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