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전날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3일 차 회의가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김정은 당 총비서가 이날 회의에서 "새로 출범한 미 행정부의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정책 동향을 상세히 분석하고 금후 대미 관계에서 견지할 적중한 전략전술적 대응과 활동 방향을 명시했다"라고 신문은 전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전날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3일 차 회의가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김정은 당 총비서가 이날 회의에서 "새로 출범한 미 행정부의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정책 동향을 상세히 분석하고 금후 대미 관계에서 견지할 적중한 전략전술적 대응과 활동 방향을 명시했다"라고 신문은 전했다.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대북 정책을 발표한 이후 첫 대미 메시지로 “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정은의 발언은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공개됐다. 대북 제재와 ‘코로나 봉쇄’로 인한 민생고 해결에 집중하기 위해 당장 미국과 충돌하기보다는 ‘외교적 해법’을 강조해온 미국의 대북 정책을 좀 더 탐색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대결'보다 ‘대화’에 방점?

1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17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미국과 대화와 대결에도 다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 없이 준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당대회에서 밝힌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좀 더 유연해진 태도로 볼 소지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정은은 이날 ‘대결’을 언급하면서도 대미 비난이나 줄곧 강조하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 요구는 하지 않았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대화에 방점이 찍혔으며, ‘대결’도 언급한 건 대화 테이블이 마련됐을 때 더 유리한 입장을 갖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곧바로 대화에 나오진 않더라도 ‘좀 더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만한 명분을 달라’고 미국에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북한 매체는 이날 김정은이 “새로 출범한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 동향을 상세히 분석, 대미 관계에서 견지할 적중한 전략 전술적 대응과 활동 방향을 명시했다”고 했다. 이번 대미 발언이 김정은의 고심 끝에 내린 결정임을 강조한 것이다. 김정은의 ‘대화, 대결 모두 준비’는 바이든 미 대통령이 4월 북핵 문제에 대한 원칙으로 제시한 ‘외교와 단호한 억지’에 대한 대응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자신의 서명이 기재된 서류를 들어 보이고 있다. 간부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를 쳤다. 서류는 이날 회의에서‘인민 생활 안정’을 위해 발령된 김정은의‘특별명령서’로 추정된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자신의 서명이 기재된 서류를 들어 보이고 있다. 간부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를 쳤다. 서류는 이날 회의에서‘인민 생활 안정’을 위해 발령된 김정은의‘특별명령서’로 추정된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19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방한하는 성 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국에 머무는 기간 중 판문점 방문 등을 통해 북 측과의 접촉을 꾀할지는 미지수다. 당국자들은 아직까지 선을 긋고 있지만, 북한이 전향적 태도를 보일 경우 굳이 접촉 기회를 피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핵보유국 전제 변함없어”

하지만 김정은의 ‘대화 준비’ 발언을 과잉 해석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김정은은 이날 “우리 국가의 전략적 지위”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사실상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전제로 미국을 상대하겠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시사한다. 박원곤 이화여대교수는 “북한이 대미 강경 노선 전환을 언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과 대화의 장에 나오더라도 ‘비핵화’보다 ‘군축회담’을 주장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이 한미 연합훈련과 인권 공세로 압박할 경우 바로 ‘대결’ 모드로 전환할 가능성도 높다.

김정은이 “조선(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데 주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 대목도 주목된다. 통일부 차관을 지낸 김형석 대진대 교수는 “열악한 환경에서 경제 건설과 주민 생활 안정에 매진하기 위해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대형 군사 도발은 자제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정은은 이날 남북 관계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박지원 국정원장은 지난 9일 국회 정보위에서 “한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에 의미 있는 소통이 이뤄졌다”고 보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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