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이 북한 인권활동가 시절이던 2018년 1월 미 의회에 초청받아 소개를 받자 목발을 들어 올리는 모습. /조선일보 DB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이 북한 인권활동가 시절이던 2018년 1월 미 의회에 초청받아 소개를 받자 목발을 들어 올리는 모습. /조선일보 DB

탈북민 출신인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이 4일 제1회 국회 의정대상을 받았다. 국회 사무처는 “21대 국회 개원 이후 지난 2월 말까지 본회의를 통과한 수백 개의 법안 가운데 35개의 우수 법안을 뽑았다”면서 “지 의원 등 이 법안들을 각각 대표 발의한 의원 30명과 5개 단체에 의정 대상을 시상했다”고 밝혔다.

국회 의정대상은 기존의 ‘입법·정책개발 우수 의원상’과 ‘우수 의원연구단체상’ 등 2개의 상을 통합·개편해 올해 신설됐다. 국회의장·부의장과 여야가 각각 추천한 교수·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 21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법제적 완성도, 정책 효용, 독창성과 입법 과정의 적절성 등을 평가해 우수 법안을 선정한다.

지 의원은 중국 등 해외에서 10년 이상 체류한 탈북민도 약 800만원의 정착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탈북민 정착지원법 개정안)’으로 의정대상을 받았다. 해외 10년 이상 체류 탈북민은 정착지원금 대상자에서 제외한다는 법 조항을 삭제해 이들도 다른 탈북민과 동등한 지원 대우를 받도록 한 것이다.

3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가 흐릿하다. /연합뉴스

3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가 흐릿하다. /연합뉴스

이런 조항은 왜 만들어졌던 것일까? 지 의원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다른 의원들이나 전문가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지만, 누구로부터도 속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북한을 벗어나 해외 10년 이상 살았으면 상대적으로 경제적 형편이 나을 수 있어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는 추측성 답변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추측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었다. 많은 탈북민들이 중국에 인신매매로 넘어가 낙후지역에서 원치 않는 결혼을 하거나 금전적 대가 없는 반(半)강제 노동에 시달리다 가까스로 탈출해 거의 빈털터리로 한국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이런 사정은 탈북민 출신인 지 의원이 잘 알았다. 또 그의 의원실에는 중국에서 수년간 지내다 국내로 들어온 주은주 비서가 있었다.

이에 지 의원은 지난해 4월 국회에 입성한 지 약 두 달만인 6월 22일 ‘탈북민 정착지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의원, 김웅 의원, 김예지 의원, 정운천 의원 등 동료 의원 11명이 발의에 동참했다.

탈북자 일가족이 2002년 5월 중국 랴오닝성 선양 주재 일본 총영사관에 뛰어들자 출입문을 지키던 중국 공안들이 제지하는 모습. /연합뉴스

탈북자 일가족이 2002년 5월 중국 랴오닝성 선양 주재 일본 총영사관에 뛰어들자 출입문을 지키던 중국 공안들이 제지하는 모습. /연합뉴스

21대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이 174석이라는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민주당 동의 없이는 이 법 통과는 불가능했다. 대북 유화 정책을 펴는 민주당이 탈북민 처우 개선에 호의적일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북한 꽃제비 출신으로 기차에 치여 왼쪽 손·다리를 잃은 지 의원이 목발을 짚으며 입법 취지를 설명하며 돌아다니자 민주당 의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다고 한다. 지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적극 협조해줬다”면서 “그 덕에 법안 처리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탈북민 정착지원법 개정안’은 발의한지 채 5개월도 되지 않은 그해 11월 19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이 4일 국회의정대상 시상식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기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이 4일 국회의정대상 시상식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기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중국, 베트남, 라오스, 태국 등 해외에서 10년 이상 체류한 탈북민도 거주지원은 물론 약 800만원의 정착지원금을 다른 탈북민과 동등하게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지 의원은 “앞으로도 탈북민 처우 개선을 위한 입법 활동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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