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막겠다며 안보·정보·경비·교통 부서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서울경찰청에 설치한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이 TF의 임무에는 탈북민 단체 등 민간을 대상으로 사전 정보를 수집하고 대북 물자 살포가 의심되는 인사의 주거지 예방 순찰까지 포함돼 있다. 정권의 기류를 의식한 과잉 대응이란 비판과 함께 사찰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이 최근 만든 ‘대북 전단 살포 대응 특별팀’은 1반·5팀·1실로 구성돼 있다. 이 특별팀은 경무관인 안보수사부장이 총괄하고 각 팀장은 총경이 맡는다. 경찰 안팎에서는 “미국 등 국제사회가 ‘대북 전단 봉쇄’에 비판적인 와중에 굳이 이런 규모의 TF를 만드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별팀은 사전 정보 수집을 통해 탈북민 단체 등의 대북 전단 살포 준비 행위를 미리 포착하고, 대북 물자 살포 차량을 추적·제지하며, 관련자의 주거지를 ‘예방 순찰’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 법조인은 “말이 ‘예방 순찰’이지, 사실상 사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북 전단 살포로 경찰 수사를 받는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경찰이 정치적으로 점점 더 변질하고 있다”며 “정권의 하수인이 된 경찰이 쇼를 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경찰 관계자는 “접경지 주민 안전, 주요 탈북민 테러 위험 등을 고려해 특별팀을 구성한 것”이라며 “특별한 이슈가 있을 때 협업하겠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대북 전단에 대한 경찰의 ‘강경’ 대응은 지난달 2일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가 출발점이란 지적이 많다. 김여정은 당시 “남쪽에서 벌어지는 쓰레기들의 준동(탈북자 단체의 전단 살포)을 우리 국가에 대한 심각한 도발로 간주하면서 그에 상응한 행동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했다. 바로 그날 김창룡 경찰청장은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정 처리하라”고 했고 나흘 뒤 경찰은 박상학 대표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3월 시행된 대북전단금지법을 위반한 혐의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 연설에서 “남북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로서는 엄정한 법 집행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경찰 수사에 힘을 실어줬다. 서울경찰청은 문 대통령 연설 사흘 뒤인 지난달 13일 특별팀 구성을 골자로 한 ‘대북 물자 살포 관련 기능별 합동 TF 운영 계획’ 문건을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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