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취임 후 처음으로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취임 후 처음으로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이든의 미 백악관이 대북 정책 검토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식) 일괄 타결(grand bargain)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며 (오바마식) ‘전략적 인내’에도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첫 의회 연설에서 북한과 이란 핵을 언급하며 “외교와 엄중한 억지로 위협에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기존 제재 등은 유지하되 외교 협상으로 단계적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바이든은 북핵을 ‘빅딜’로 풀겠다는 트럼프와 김정은 회담을 “방송용”이라고 했다. 오바마 정권의 부통령 시절 ‘전략적 인내’란 수사(修辭)로 북핵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도 다시 받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 중간 형태를 취한 것이다.

그런데 ‘바이든식’이란 이름의 ‘제재·외교 병행' 정책은 30년 전부터 미 행정부가 해오던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100여일 고민해도 묘책을 찾지 못한 건 곪을대로 곪은 북핵의 현실을 보여준다. 북은 예상대로 “미국의 큰 실수”라며 “상응한 조치”를 협박했다. 한미 훈련 중단을 넘어 제재 해제나 미 전략 자산 철수 등을 해주지 않으면 핵·ICBM·SLBM 등 도발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북은 트럼프 때처럼 미국을 요리할 수 없게 되면 도발로 긴장을 높이려 할 것이다. 수십 년 동안 그래왔다. 한미 공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백악관은 이런 대북 정책을 ‘동맹국과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일본의 조언(input) 등이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북핵의 가장 큰 피해국이자 실질적 유일 피해국인 한국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다. 두 달 전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 성명에선 ‘비핵화’란 말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바이든이 중시하는 ‘인권’도 빠졌다. 반면 미·일 장관 회담에선 “완전한 북 비핵화”와 “북한 납치 문제”를 명시했다. 미국은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 쇼를 다시 한번 하려고 북이 싫어하는 ‘비핵화’와 ‘인권’은 거론하는 것조차 꺼린다고 여길 것이다. 그러니 한국을 뒷전으로 미룬 것 아닌가.

 

지금 바이든은 북핵보다 코로나 방역, 중국 견제, 경제난, 이란 문제 등이 더 급한 발등의 불이다. 워싱턴에선 ‘북핵 폐기는 어려우니 핵 동결과 제재 완화 정도로 봉합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한다. 만에 하나 바이든이 북을 조용하게 만들려고 미국을 겨냥한 ICBM 능력만 없애고 주요 제재를 풀어주면 북은 정말 핵보유국이 된다. 우리에겐 악몽이다.

김정은은 핵을 정권 보존의 최후 보루라고 믿고 있다. 이런 북의 본질은 김일성 때부터 변한 적이 없다. 이제 9부 능선까지 올랐다. 북 비핵화를 위한 기회의 문도 빠르게 닫히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오는 21일 바이든 대통령과 첫 정상 회담을 한다. 이벤트나 TV쇼가 아니라 ‘북핵 폐기’가 목표임을 분명하게 강조하라.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