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2018년 2월 11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을 함께 관람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2018년 2월 11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을 함께 관람하고 있다./연합뉴스

북한이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 재검토’ 마무리 시점에 맞춰 2일 미국과 한국을 겨냥해 비난·압박 담화 3건을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냈다. ‘단호한 대북 억지’를 강조한 바이든 미 대통령이 “대단히 큰 실수”를 했다면서, 인권 압박에는 “우리를 건들면 다칠 것”, 국내 탈북 단체의 전단 살포에는 “상응한 행동”을 예고했다.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를 거부한 미국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추가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연속 담화 포문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열었다. 김여정은 “우리가 어떤 결심과 행동을 하든 책임은 쓰레기들에 대한 통제를 바로 하지 않은 남조선 당국이 지게 될 것”이라며 “상응한 행동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했다. 최근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는 국내 탈북민 단체의 주장에 대해 우리 정부에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어 권정근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첫 의회 연설을 언급하며 “미국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외무성은 미 국무부 대변인이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이라고 비판한 것과 관련해 ‘최고 존엄을 건드리는 경거망동’이라고 했다.

 

김여정이 직접 ‘상응 조치’를 언급한 만큼 실제 행동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김여정은 지난해에도 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개성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이번에는 김여정이 지난 3월 언급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해체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미국의 대응을 주시하면서 탄도미사일 추가 발사 또는 SLBM 탑재가 가능한 잠수함 진수식 등 수위를 단계별로 상향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김여정이 문제를 제기한 전단 살포와 관련,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정 처리하라”고 했다. 통일부도 “(전단금지법이) 확실히 이행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정부가 또다시 김여정의 ‘지침’을 따르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김여정이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이라도 만들라’는 담화를 낸 뒤 바로 법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국제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비난을 들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정부가 이 법에 따라 전단을 살포한 탈북민 단체를 처벌할 경우 다시 한번 국제적 비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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