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최근 국내에서 원본 그대로 출간돼 논란이 일고 있는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에 대해 “판타지 소설”이라고 촌평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조선일보 DB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조선일보 DB

진 교수는 지난 22일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일성 회고록은) 그거 환타지(판타지) 소설이거든요”라며 “연식(年食)이 좀 있는 이들을 위한 독특한 장르”라고 했다.

이어 진 교수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이 담긴 기사를 링크하면서 “하 의원이 많이 성숙해진 듯하다”고 했다.

하 의원은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 “김일성 회고록은 상당 부분이 허구인데, 미사여구를 동원했다고 해서 김일성 우상화 논리에 속아 넘어갈 국민은 없다”라면서 “이제 국민을 믿고 표현의 자유를 보다 적극 보장하자”고 했다.

그는 “며칠 전 전남대 게시판에 친북 성향의 단체가 김정은 옹호하는 글을 올렸지만, 전남대 학생들의 거센 비판과 항의, 조롱만 받았다”며 “우리 사회에 북한 찬양 주장이 발 디딜 틈은 없다”고 했다. 이어 “또 우리가 북한 책 금지하면 한류 금지하는 북한을 비난할 자격이 있겠나”라며 “북한은 한류를 금지하더라도 우리는 북한 출판물을 허용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 과시하자”고 했다.

김일성 항일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표지. /민족사랑방

김일성 항일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표지. /민족사랑방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사를 담았다는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는 북한에서 1992년 4월 15일 김일성 80회 생일을 계기로 1권을 출간한 데 이어 1997년까지 총 8권으로 발간됐다. 최근 이 회고록 전권이 국내 서점에 원본 그대로 발간돼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교보문고·예스24·알라딘 등 대형 서점에서는 이미 판매가 시작됐다.

국내에 책을 출간한 ‘민족사랑방' 출판사는 남북민간교류협의회 이사장을 지낸 김승균(83)씨가 지난해 11월 출판사로 등록했다. 출판사 측은 “1945년 8월 15일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되는 그날까지 중국 만주 벌판과 백두산 밀영을 드나들며 항일 무장투쟁을 전개했던 생생한 기록”이라고 책을 소개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김일성 회고록은 ‘이적표현물'이다. 2011년 대법원은 평소 북한 체제를 추종하다 정부 허가 없이 방북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정씨가 소지한 ‘세기와 더불어’ 등은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고 판단, 징역 1년과 자격 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적표현물을 소지하는 것은 국가보안법 7조에 따라 반국가단체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거나 이에 동조한 행위로서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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