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상대 손해배상소송에서 이긴 6·25 국군 포로들이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 보관 중이던 국내 북한 재산을 압류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결정이 최근 나왔다. 이 국군 포로들이 별도로 진행 중인 추심금 청구소송에서도 승소하면 재판을 통해 북한 정부의 손해배상금을 손에 쥐게 되는 첫 사례가 된다.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포로가 돼 33개월간 평안남도 탄광에서 강제 노역을 했던 국군 포로 노사홍(92)·한재복(87)씨는 작년 7월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김정은 등이 두 사람에게 각각 위자료 2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우리 법원이 북한과 김정은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었다.

이후 이들은 국내에 있는 북한 재산을 찾았고, 경문협이 관리하던 북한의 저작권료에 대해 ‘채권 압류 및 추심 명령’을 신청했다. 경문협은 조선중앙TV 영상 등 북한 저작물을 사용한 국내 방송사들에 북한을 대신해 저작권료를 징수하고 이를 북측에 송금하는 단체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사장이다. 대북 제재로 송금이 어려워지자 2009년부터 저작권료를 법원에 공탁하고 있는데 20억원이 넘게 쌓여 있다.

 

법원이 압류를 허락하자 경문협은 “공탁된 저작권료는 ‘압류 금지 채권’에 해당하므로 압류할 수 없다”며 항고했다. 경문연 측은 ‘남북 간 투자 보장 합의서’에 따르면 남북은 자기 지역 안에 있는 상대방 자산의 재산권을 제한할 수 없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민사5부(재판장 신한미)는 지난 12일 경문협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이 ‘압류 금지’를 규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합의서는) 정부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국민 개인의 권리 행사를 금지하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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