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회피 기동'이 특징인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 /조선일보 DB

북한이 '회피 기동'이 특징인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 /조선일보 DB

북한이 지난달 25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합참은 사거리가 450㎞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북은 600㎞ 날아갔다고 보도했고 한·미 정보 당국도 최근 북 주장이 맞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우리 군이 놓친 150㎞는 서울~대전 거리다. 합참은 북 미사일 발사 전날에도 국회에 “특이 동향은 식별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당시는 북이 순항미사일을 쏜 직후라 경계 태세를 높였을 텐데도 발사 징후를 포착하지 못한 것이다. 사전 탐지와 추적에 모두 실패하면 북 미사일 방어는 불가능해진다.

북이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쏘면 지구 곡면(曲面) 때문에 우리 레이더가 낙하 지점을 잡아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정확한 사거리는 미·일 정보 등을 종합해야 나온다. 일반 탄도미사일이라면 포물선 궤적을 보고 사거리를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북은 2019년 하강 단계에서 고도 등을 바꾸는 ‘이스칸데르급 미사일(KN-23)’ 발사에 성공했다. 지난달 25일 쏜 미사일도 KN-23 개량형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20㎞ 이하 저고도에서 수평 비행하거나 목표물을 앞두고 솟구치면 앞선 예측보다 멀리 비행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합참이 발사 당일 틀릴 가능성이 있는데도 짧은 사거리를 공개한 것이다. 미사일 도발 사실은 해외 언론보다도 늦게 발표했는데 미사일 사거리는 짧은 것으로 성급히 공개했다. 그 이유가 뭔가.

북 미사일 사거리가 600㎞급이면 제주도는 물론 일부 주일 미군 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다. 지난 4년간 우리 군은 북이 어떤 미사일을 쏴도 ‘별것 아니다’는 식으로 대응해왔다. 탄도미사일이 명백한데도 ‘불상 발사체’라고 했다. 미·북 접촉이 이뤄지던 2019년 7월에는 600㎞인 KN-23 비행 거리를 430㎞로 발표해놓고 “한·미에 대한 직접적 위협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번 문제도 북의 도발은 어떻게든 축소하려는 심리 상태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지금 군의 상황 판단 최우선 기준은 ‘군사작전'이 아니다. ‘대통령과 정권의 정치적 필요'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 북 미사일 도발 발표는 정권이 싫어하니 미적거리고, 짧은 사거리라면 정권이 좋아하니 틀릴 수 있어도 성급히 발표한다. 군의 행태는 이렇게밖에 볼 수 없다. 지금은 150㎞가 틀렸지만 언젠가 안보의 근본까지 그르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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