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전경.

미 국무부 전경.

미 국무부가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인권유린과 침해에 관한 정보를 보존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 북한의 인권침해 사례를 기록하고 책임자 처벌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반면 북한 인권 개선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한국 정부는 인권침해 기록에 무관심을 넘어 방해를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국무부는 5일(현지 시각) ‘북한 인권을 유린한 가해자에 책임을 추궁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무엇이냐’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질문에 “우리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인권유린과 침해에 관한 정보를 기록하고 보존할 것”이라며 “독립적인 정보에 대한 접근을 늘리는 한편, 북한의 인권 존중을 촉진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계속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정부가 북한 인권에 대한 전반적인 활동을 소개할 때 사용해온 과거 논평과 유사하지만 ‘인권유린·침해 정보 보존' 문구가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리사 피터슨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차관보 대행도 최근 ’2020 국가별 인권 연례 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지독한 인권침해에 대해 북한 정부가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인권 실태 문제 제기에만 그치지 않고, 북한의 인권유린을 체계적으로 기록해 나중에 가해자 처벌의 증거로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과거 서독은 인권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중앙범죄기록보존소를 세우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까지 4만건이 넘는 인권침해 사례를 수집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미 설립돼 있는 북한 인권침해 기록 기관마저 형해화하고 있다. 2016년 공포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법무부 산하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설치됐다. 이 기구는 통일 후 인권침해 사범에 대한 형사처벌을 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과거엔 검사 2~4명이 파견됐다. 그러나 2019년부터는 파견 검사가 모두 복귀했다. 형사처벌을 위해 만든 기관에 법률 전문가인 검사를 뺀 것이다. 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월 북한 인권 기록물 공개와 관련해 “기록이 실제인지 일방적인 (탈북자의) 의사인지 확인·검증이 부족하다”며 탈북자 증언에 의구심을 드러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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