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가 30일(현지 시각) 공식 발간한 ’2020 인권보고서 한국편'에서 작년 말 정부·여당이 강행 처리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통일부는 “국무부 보고서에 대해 논평하지 않겠다”면서도 언론 브리핑을 자청해 대북전단금지법을 적극 옹호했다. 인권을 주된 외교 수단으로 활용하려 하는 바이든 행정부와 북한 인권 문제가 부각되는 것을 불편해하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이 엇박자를 내며 한·미 간 갈등 요인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미 국무부가 발표한  2020 인권보고서 한국편/뉴시스

미 국무부가 발표한 2020 인권보고서 한국편/뉴시스

국무부는 인권보고서 한국 편에서 “중요한 인권 문제”로 “전단과 다른 물건들을 북한에 보내는 것을 불법화하는 것을 포함한 표현의 자유 제약”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리사 피터슨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차관보 대행은 이날 회견에서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 북한에 자유로운 정보 유입이 늘어나도록 하는 것이 미국의 우선 과제”라고 했다. 대북 정보 유입을 막는 전단금지법이 미국의 입장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러자 통일부는 보충 설명을 하겠다며 31일 브리핑을 열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도 북한 주민의 알 권리 증진과 (대북) 정보 유입 확대의 중요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이런 노력이 접경 지역 주민의 생명, 신체, 평화 등 권리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놓고 한·미 간에 이견이 있음을 인정하면서 ‘미국의 우선순위를 한국에 강요하지 말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국무부 보고서에는 작년 민간단체들에 대한 통일부의 사무검사가 인권침해 논란을 불렀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사무검사는 해당 법인이 설립 취지에 맞게 사무를 진행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목적”이라며 “탄압·강요라고 하기는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 밖에도 국무부 보고서는 ‘언론의 자유’와 관련해 단국대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인 남성이 5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은 사실을 소개하며, “대학 관계자가 ‘법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가 처벌받은 것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담은 것으로 해석됐다.

한편 국무부는 인권보고서 북한 편에서 북한 정권이 불법적·임의적 살인, 고문, 정치적 보복, 강압적 낙태와 불임 시술, 아동 노동 등 온갖 인권침해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런 인권 문제를 대북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피터슨 대행은 “전 세계 최악으로 남아있는 북한의 지독한 인권 기록을 깊이 우려한다”며 “북한 정부의 지독한 인권침해에 대해 계속해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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