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해 ‘불상 발사체’ ’미상 발사체’라고 표현해왔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를 불상(佛像)에 빗대 조롱하기도 했다./TV조선

합참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해 ‘불상 발사체’ ’미상 발사체’라고 표현해왔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를 불상(佛像)에 빗대 조롱하기도 했다./TV조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5일 시험 발사한 ‘신형전술유도탄'의 영어 표기를 ‘발사체(Projectile)’에서 ‘미사일(Missiles)’로 변경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오후 홈페이지에 게시한 영어 기사에서 ‘발사체’ 표현을 모두 ‘미사일’로 수정했다. 중립적 의미의 ‘발사체’라는 표현을 무기의 일종인 ‘미사일’로 공식화한 것이다. 북한 리영철은 27일 “신형 전술유도탄 시험발사는 우리 당과 정부가 국가방위력을 강화하기 위해 제시한 국방과학정책 목표들을 관철해나가는 데서 거친 하나의 공정으로서 주권국가의 당당한 자위권에 속하는 행동”이라고도 했다.

그럼에도 합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흘째인 27일까지도 별다른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특히 북한이 이번 단거리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600km라고 발표했는데도, 합참은 기존 발표한 450km 비행 거리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다. 만일 북 미사일이 실제 합참이 파악한 것보다 150km를 더 날아갔다면 탐지에 심각한 결함이 생겼다는 의미다. 탐지가 안 되면 요격도 불가능해진다.

합참이 계속 침묵하는 상황에서 국방부는 이날 조용근 대북정책관과 데이비드 헬비 미국 국방부 인태안보 차관보 대행이 지난 26일 통화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 사거리나 파괴력 등에 대한 분석 결과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합참은 발사 당일인 25일에도 ‘늑장 발표’ 지적을 받았다. 합참은 이날 오전 7시 25분 ’미상발사체 발사’라고 발표했다. ‘미사일 발사’를 발표했던 일본 해상보안청보다 16분 늦은 시점이었다. 합참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가능성이 있다”고 시인한 시점은 발사 4시간이 지난 25일 오전 11시30분경이었다.

합참 관계자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탄도미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면서도 ‘안보리 제재 위반으로 보느냐'는 질문엔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 탄도미사일이 맞을 가능성에 대해선 “정밀 분석 중”이라고만 했다.

북한이 25일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이 신형전술유도탄은 지난 1월 8차 노동당 대회 열병식에서 공개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으로 추정된다./연합뉴스

북한이 25일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이 신형전술유도탄은 지난 1월 8차 노동당 대회 열병식에서 공개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으로 추정된다./연합뉴스

합참은 ‘상황을 사전에 포착했느냐’ ‘김정은이 직접 참관했느냐' ‘추가 도발할 가능성이 있느냐' 등 질문에 합참은 “별도로 말씀드릴 것은 없다” “추가적으로 말씀드릴 것은 없다” “군사정보는 이야기하지 못한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그러나 한국 합참이 이야기하지 못한다는 ‘군사정보’는 미국과 일본 정부·언론에서 사실상 실시간으로 발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합참은 25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 불참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군이 국민이 아니라 북한과 청와대만 보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북한은 26일 자신들이 발사한 것이 ‘미사일’임을 명확히 했다. 같은 날 일본 기시 노부오 방위상도 “북한 미사일은 앞서 발사된 적이 없는 신형 탄도미사일”이라고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시험발사한 2기의 신형전술유도탄은 동해상 600km 수역에 설정된 목표를 정확히 타격했다”고 했다. 실제 북한 선전대로 탄두 중량 2.5t, 사거리 600km의 신형 탄도미사일이 맞는다면, 사실상 한반도 전역의 어지간한 지휘 벙커는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이 미사일에 확산탄이나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경우 그 파괴력은 가공할 수준에 이른다는 지적이다.

합침이 그간 '발사체'라고 표현해온 북한 미사일을 이탈리아 명품 베르사체(Versace)에 빗댄 바르사체(VARSACE) 패러디물./조선일보DB

합침이 그간 '발사체'라고 표현해온 북한 미사일을 이탈리아 명품 베르사체(Versace)에 빗댄 바르사체(VARSACE) 패러디물./조선일보DB

한 예비역은 “이래서야 국방부는 북(北)방부, 합참은 인민군 총참모부와 무엇이 다르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합참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해 ‘불상 발사체’ ’미상 발사체’라고 표현해왔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를 불상(佛像) 또는 명품 베르사체를 빗댄 바르사체(VARSACE)라고 부르며 조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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