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 시각)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북한 대사관 구내로 승용차 한 대가 진입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성명에서 말레이시아 당국이 북한 주민을 '불법 자금 세탁' 관여 혐의로 미국에 넘겼다며 외교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연합뉴스

19일(현지 시각)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북한 대사관 구내로 승용차 한 대가 진입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성명에서 말레이시아 당국이 북한 주민을 '불법 자금 세탁' 관여 혐의로 미국에 넘겼다며 외교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연합뉴스

북한이 19일 말레이시아와 외교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말레이시아가 유엔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기소된 북한 주민을 미국에 넘겼다는 이유다. 그러자 말레이시아 외교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북한의 단교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에게 48시간 이내에 말레이시아를 떠나라고 명령했다.

양국은 2017년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관계가 급속히 악화한 상태였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대북 제재를 주도하는 미국에 대한 경고 메시지 성격도 있어 보인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성명에서 “말레이시아 당국이 무고한 우리 공민(주민)을 범죄자로 매도해 미국에 강압적으로 인도하는 용납 못 할 범죄행위를 저질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극악무도한 적대시 책동과 말레이시아 당국의 친미 굴욕이 빚어낸 음모”라며 말레이시아와의 외교 관계를 끝내겠다고 했다. 이에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북한의 일방적인 결정은 지역 평화를 촉진하는 데 있어 확실히 파괴적인 결정”이라며 북한 대사관 직원들에게 추방을 명령했다.

 

앞서 말레이시아 대법원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유엔 대북 제재를 위반하고 북한을 위해 돈세탁을 한 혐의를 받는 50대 북한 남성 문철명을 미국으로 송환하라는 하급 법원의 판결을 확정했다.

말레이시아는 북한과 1973년에 수교해 가깝게 지냈다. 하지만 김정남 암살 사건 이후 양국은 상대국 대사를 맞추방했다. 평양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관도 문을 닫았다. 북한이 전날 미 국무·국방장관의 방한에 맞춰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대미 강경 메시지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외교 관계 단절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미·북 대화 재개도 불투명해졌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은 이번 사태로 동남아에 구축한 불법 외화벌이 거점들이 붕괴할 것을 우려한다”며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동맹국들에 경고장을 날린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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