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 당시 부모와 아내, 두 딸 등 일가족 5명을 잃은 고원식씨 유가족이 북한과 김정은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무장공비에게 가족을 잃은 고씨는 평생 슬픔 속에 살다 2006년 10월 생을 마감했다.

이번 소송은 고씨 아들 고석주(52)씨가 제기했다. 지난 15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소장(訴狀)을 제출했다.

1968년 11월 20일 강원도 평창군에서 고원식(당시 35세) 부친인 고영린(60)씨와 모친 이학녀(61)씨, 고씨 아내(32), 6세와 3세 두 딸이 무장공비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당했다. 무장공비들은 고씨 가족을 개울가로 끌고 가서 발가벗기고, 칼로 난자해 목숨을 끊었다. 시신은 개울가에 그대로 버려뒀다. 당시 예비군 소대장이었던 고씨가 근무를 위해 집을 비울 때 일어난 참사였다.

고씨 측 변호인은 “일가족이 참혹하고 잔인하게 살해되기까지 느꼈을 정신적, 육체적 고통과 그 시체가 유기되는 과정까지 전체적으로 살펴본다면 고인이 느꼈을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 “고인의 위자료 청구 채권을 상속한 원고 고씨에게 북한은 2억2500만원을, 김정은은 909만원을 각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국내 방송·출판사들이 북한 저작물을 사용하면서 북한에 낼 저작권료가 20억원 정도 국내 법원에 공탁돼 있어 소송을 이기면 강제집행을 시도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해 7월 탈북 국군포로들이 북한과 김정은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손해배상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들은 국내 방송사 등에서 저작권료를 징수해온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 손해배상액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며 지난해 말 추심금 청구소송을 냈다.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은 지난 1968년 10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3차례에 걸쳐 북한 무장공비 120명이 침투한 사건이다. 무장공비들은 같은 해 12월 28일까지 약 2개월간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친 이승복군 가족과 고씨 일가족 등 민간인 40여 명을 무참히 살해했다. 당시 무장공비 7명이 생포됐고, 113명이 사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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