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지난 2019년 11월 오징어잡이 배에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로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어민 2명을 강제 북송했던 것이 탈북을 준비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심리적 압박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정부는 북한 어민 2명 나포 이틀 만에 북한의 요청이 없던 상황에서 개성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추방 의사를 타진했고, 북한은 다음 날 수용 의사를 밝혔다. 정부는 이들의 눈에 안대를 씌우고 포승줄에 묶은 채로 판문점을 통해 이들을 강제 북송했다. 판문점 군사분계선 부근에서 비로소 안대가 풀려 북한행을 깨달은 탈북 선원들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는 얘기도 나왔다.

국회 예결위에 참석한 청와대 국가안보실 관계자의 메시지가 포착되면서 베일에 가려졌던 사건의 내막이 드러났다. /뉴시스
국회 예결위에 참석한 청와대 국가안보실 관계자의 메시지가 포착되면서 베일에 가려졌던 사건의 내막이 드러났다. /뉴시스

이들의 추방 사실이 알려진 계기도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중령)이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포착돼 보도되면서다. 이들의 전격 북송에 대해 야당에선 “남북 관계에 악재(惡材)가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정부는 북송 어민의 탈북 및 북송 과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발언 내용을 번복하기도 했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그해 11월 8일 “신문을 받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상반된 진술이 있었지만 ‘죽더라도 돌아가겠다'는 진술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흘 뒤 통일부 당국자는 “‘죽더라도 조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은 그 이전 행적 조사에서 자기들끼리 한 얘기를 전해 들은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해상에서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북한 주민 2명이 타고 온 선박에 대해 혈흔 감식 등 정밀 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북측에 인계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북한인권단체총연합회는 지난해 3월 북한 어민 강제 북송과 관련해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 등 안보 라인 핵심 4인을 기소·처벌해 달라는 청원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출했다. 한반도통일을준비하는변호사협회(한변)는 북한 어민 강제 북송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에 긴급구제신청서까지 제출했지만 인권위는 지난 1월 초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정의용 외교장관은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이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안 봤다”며 “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갖추지 못했고 일반 탈북민하고는 다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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