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 합동참모본부장이 17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22사단 귀순자 상황 보고를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박정환 합동참모본부장이 17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22사단 귀순자 상황 보고를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20대 북한 민간인 남성이 지난 16일 강원 고성 22사단 경계선을 뚫고 귀순한 사건과 관련, 국방부는 “겨울 바다 10km를 6시간 수영해서 월남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남성이 어업용 머구리 잠수복과 오리발로 월남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군 안팎에선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당시 동해 해수 온도는 약 8℃였고 풍랑주의보가 발효될 정도로 높은 파도가 일었다. 군 당국이 미 해군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해수 온도에 따른 생존 가능 시간’ 자료에 따르면, 방수복을 착용해도 해수 온도 8℃에서는 생존 가능 시간이 2시간 15분이다. 의식 지속 시간 역시 45분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을 지낸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18일 본지 통화에서 “겨울 바다 그 먼 거리를 장시간 수영으로만 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며 “머구리 잠수복만으로 체온을 유지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도 “특수 훈련을 받지 않은 민간인으로선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반면 정용현 한국잠수산업연구원장은 “해당 남성이 나이가 젊고 죽음을 각오하고 견뎠다면 불가능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잠수 전문가도 “어느 정도 보온·방수 조치를 했다면 몸을 계속 움직이면서 체온 유지가 가능하다”며 “목선이나 튜브 등 부유물의 도움을 받았다면 더 용이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합참 관계자는 북한 남성이 목선 등을 이용했을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22사단은 북한 남성의 월남 경로였던 해안 배수로와 관련, “경계 태세에 이상 없다”고 지난해 보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군이 지난해 7월 인천 강화 ‘배수로 월북 사건’ 후 전(全) 부대에 ‘배수로 등 경계 태세를 점검하라’고 지시하자 이같이 보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22사단 경계선은 불과 7개월 만에 ’철책 귀순’(지난해 11월) ‘수영 귀순’(지난 16일)으로 두 차례나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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