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여정과 강경화 외교부장관. /연합뉴스
북한 김여정과 강경화 외교부장관.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강경화 외교장관을 경질했다. 강 장관은 정권 출범 때부터 함께했던 장관이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역할과 존재감이 없는 외교장관을 바꾸라는 지적에 귀를 닫아왔다. 대통령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장관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래서 강 장관은 5년 임기를 함께할 것으로 봤다. 외교부에선 ‘오(5)경화'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번에도 개각 대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그런 강 장관이 돌연 경질된 것이다. 청와대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맞춰 교체한 것”이라고 했다. 미국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외교장관을 바꾸나.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한 달 전 강경화 장관은 국제회의에서 “코로나로 인한 도전이 북한을 더욱 북한답게 만들었다”며 북이 더 폐쇄적으로 됐다고 했다. 김정은의 코로나 확진자 ‘0’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도 했다. 그러자 김여정이 바로 담화를 내고 “앞뒤 계산 없는 망언”이라고 맹비난했다. “얼어붙은 북남 관계에 더더욱 스산한 냉기를 불어오고 싶어 몸살을 앓는 모양” “정확히 계산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여정이 강 장관을 찍어 비난하자 ‘강 장관도 교체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우리 장관을 찍어 비난하면 그 사람을 경질해왔기 때문이다.

작년 6월 김여정의 지휘를 받는 김영철이 국방장관을 “경박하고 우매하다”고 비난했다. 두 달 뒤 문 대통령은 국방장관을 교체했다. 북이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뒤엔 통일장관이 물러났다. 그러니 강경화 장관의 경질도 김여정 비난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장관도 아닌 외교·안보 장관을 적(敵)의 뜻에 따라 바꾼다면 나라라고 할 수 있나. 문 대통령은 김여정이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우리 정부에 “(금지)법이라도 만들라”고 하자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금지법을 만들었다. 김정은 남매가 요구하는 대로 하는 것이다.

이날 발표된 문화부·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친문 핵심 인사들이다. 이런 내 사람 챙기기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내각 장관 중 40% 이상이 민주당 의원이다. 결코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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