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남북 이산가족 교환방문은 한반도를 울음바다로 만든 뒤 18일로 끝났다. 남북 합쳐 200가족에 불과한 이번 상봉은 이산 1세대가 남쪽에만 123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너무도 적은 숫자다. 그러나 남북 당국이 이산가족 상봉 기회의 확대와 정례화에 공감하고 있어 기대를 낳고 있다. 앞으로 이산가족 문제는 어떻게 될까. 9~10월 상봉, 면회소 설치 가능성 등을 점검해보았다.

남북한이 9월 초 비전향 장기수 송환 이후 협의·확정키로 합의한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문제도 가시권(가시권)에 들어왔다.

설치 시기는 그동안 남북한 연락관 접촉 등을 통해 ‘9월 중’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확보돼 있다. 이달 말 평양에서 열릴 제2차 남북 장관급회담, 또는 9월에 열릴 적십자회담에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9월 중 설치’를 밀어붙일 태세다. 가능하면 북한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밝힌 ‘9·10월 이산상봉’도 면회소에서 이뤄졌으면 하는 기대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남북한 모두 교환방문 형태의 상봉에 따른 경제적 부담 등을 감안하면 면회소 조기 설치가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설치 장소는 판문점에서 금강산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느낌이다. 8월 초까지만 해도 북한은 연락관 접촉 등을 통해 판문점을 타진했었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이 판문점을 ‘열강의 각축의 상징’, ‘50년의 유물’ 등으로 규정함에 따라 판문점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판문점에는 1998년에 건축된 1400평 규모의 ‘자유의 집’이 있고, 서울에서 가까워 면회소 설치 장소로는 어느 곳보다 좋은 여건이다. 북한이 제안할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 땅의 ‘금강산 호텔’도 면회소로 당장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으나 속초~장전항의 항로가 새로 열린다 해도 1인당 수십만원대의 비용이 들어 부담이 되고 있다.

정부는 면회소를 설치할 경우 가능하면 매월 또는 매주 날짜를 정해 상봉을 하도록 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상봉 숫자는 북한 측의 수용능력을 고려치 않을 수 없다. 이산가족의 생사확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면회소가 설치되면 용도는 상봉 외에도 다양하다. 정부는 만약 북한이 동의할 경우 생사확인이나 서신교환의 창구로도 활용할 방침이다. 북한 이산가족과의 전화 통화를 성사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와 같은 분단국이었던 동·서독은 초기부터 비교적 왕래가 자유로웠기 때문에 면회소 같은 것은 없었다. 1949년 분단 이후 1953년부터 상호 방문이 허용됐고, 해마다 수백만명이 오갔다.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

동-서독 왕래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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